
이주민의 외국어 능력 활용한 코로나19 대응
"입국자 대상
코로나 19 확산 방지,
우리가
해내겠습니다"
원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업하여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심평원이 지역 상생을 통한 적극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이주민 20여 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대책추진단 모니터링팀’은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휴일도 없이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강원도 원주시 심평원 1층에 자리한 코로나19대책추진단 모니터링실은 전화 통화를 하며 각국의 언어로 입국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자가진단앱 사용법을 안내하느라 분주하다. 중국어와 영어, 일본어 등 입국자의 언어로 자가진단앱 설치 여부와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을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안내하는 입국자 대상 모니터링은 입국자의 확진 사례가 증가하면서 코로나19 대응책에서 중요한 업무로 떠올랐다.
심평원이 원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업으로 이주민의 외국어 재능을 활용해 전화 모니터링을 시작한 건 지난 2월 14일부터다.
코로나19가 점차 확산됨에 따라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가진단앱을 휴대폰에 설치하고 입국 후 매일 본인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 신고하도록 한 것. 하지만 2G폰 사용자 등 앱 미설치자와 앱은 설치했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입국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 세 기관에 모니터링 업무를 요청해왔다.
“모니터링 요원 구성을 위해 관련 부서가 함께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했습니다. 우선 현 고객센터 운영사를 통해 외국어 가능 상담사를 파악하고 내부 직원 중에서 관련 학과 전공자나 관련 자격증 소지자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또 원주시청을 통해 원주시가족센터 회원으로 등록된 이주민을 파악하고, 부족한 경우 원주지역 대학의 외국어학과와 학원 등에도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고객홍보실 고객서비스부 김한정 부장은 이렇게 발전된 아이디어 중 원주시청을 통해 원주시가족센터와 협업하는 업무 수행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이라고 판단, 원주시청과 협의하고 원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로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한국어-중국어, 한국어-영어가 가능한 이주민 20여 명을 추천받아 업무를 시작했다.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에는 추천자를 대상으로 전화 상담 교육과 앱 설치 안내, 앱 미설치자에 대한 원어민 전화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그 후 특별입국절차가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으로 점점 확대되다가 3월 19일부터는 전체 입국자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월에만 1만2,000건 모니터링,
유증상자 30명 연계
모니터링 요원들은 주로 중국어 또는 영어 강사이거나 통번역, 출장 통역 등 언어 재능을 활용한 업무에 종사하던 이주민들로, 민원 응대 방법과 악성민원 대처법 등 전화 안내 교육을 받은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심평원 모니터링팀은 최근 90% 이상의 통화 성공률을 보이며 2월에만 약 1만2,000건의 모니터링을 통해 30건 정도의 유증상자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연계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3월에는 특별입국절차가 전체 해외 입국자로 확대되면서 앞으로 모니터링단의 업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원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을 활용한 회화교실과 통번역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원과 서로의 강점을 활용한 상생,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해 검토 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심평원의 지역 이주민을 활용한 코로나19 대응은 지역 상생을 통한 적극적인 코로나19 확산 방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업무 협약 후 첫 번째로 시작한 해외 입국자 모니터링 사업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계속될 것이다. 더불어 심평원과 원주시가족센터의 협업도 다양한 형태로 지역 상생과 발전을 위해 계속 이어질 것이다.
MINI INTERVIEW
“어려운 상황이지만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중국어·영어 모니터링
양소리 씨
중국인 어머니에게서 원주시가족센터에서 외국어 모니터링 요원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지원하게 됐다는 양소리 씨는 어머니의 영향과 유학생활을 통해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게 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다 뜻깊은 일에 참여하게 되어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는 양소리 씨.
콜센터 업무는 처음이라 걱정도 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첫 사회생활을 잘 이어가고 있다. 초기에는 전화를 걸어 설명을 하기도 전에 보이스 피싱으로 오인한 대상자에게서 폭언을 듣기도 했지만 입국자의 건강상태를 왜 파악하는지 안내하고 일단 통화를 종료한 후 다른 분이 다시 통화를 시도하는 등 매뉴얼대로 대처했다. 오전에 통화에 실패한 대상자는 최대한 통화에 성공하기 위해 오후에 다시 시도하는 등 모니터링 대상자를 꼼꼼히 살피는 데 애를 썼다.
“통화를 하다 보면 간혹 가족 없이 혼자 지내는데 누군가가 전화해서 건강상태를 물어주니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기도 합니다. 보름 동안 전화를 통해 하루에 한 번씩 건강상태를 살펴드리니 그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신 것 같았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는 보람을 느꼈어요.”
모니터링 요원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보니 주변에서 잘 챙겨줘 막내 찬스를 누리고 있다는 양소리 씨. 사회인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잘 뗀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따뜻함을 느꼈다고 한다.
“다 같이 코로나19 이겨냅시다! 대한민국 파이팅”
중국어 모니터링
오평 씨
흑룡강성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오평 씨는 한국인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대응에 자신도 힘을 보태고자 모니터링 요원 모집에 응모했고, 현재 한국으로 입국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자가진단앱 설치 여부와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는 경우 1339번으로 전화해서 안내를 받도록 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아침 9시 30분에 출근해 모니터링 대상 명단을 받고 오전과 오후에 진행할 업무 명단을 다시 정리한 후 전화 안내 업무를 시작 한다. 가끔 무작정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대상자도 있지만 차근 차근 설명해 이해를 시키는 것이 모니터링 요원의 임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 입국자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입국자의 모국어로 전화 안내를 하는 심평원 모니터링이 다른 곳에 비해 통화 성공률이 높다고 합니다. 원어민 전화안내원을 활용한 심평원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아요.”
통화가 많은 날은 목이 아프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작은 힘을 보태서 중국과 한국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것을 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빨리 없어져서 안정되면 좋겠어요. TV나 인터넷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한 한국인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꼭 이겨낼 거라고 믿어요.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