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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양극성장애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병동을 중심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삶을 함께 그려내는 드라마다. 매회 다른 정신질환을 조명하면서, 누구나 언제든 앓을 수 있고 모두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이 드라마가 1화에서 가장 먼저 보여준 질환은 양극성장애(조울증)다.

편집실 참고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조울증으로도 불리는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들떠 자신감이 넘치는 조증 삽화와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 삽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컫는 ‘삽화(Episode)’란, 특정 증상이 지속되지 않고 짤막한 이야기처럼 일정 기간 나타났다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마 1회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인 주인공의 첫 담당환자가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데, 조증 삽화기에 망상과 대중 앞에서 춤을 추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다음날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이내 우울 삽화기로 접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증 삽화(Manic Episode) 시기의 증상

일반적으로 조증 삽화기에는 평소와 달리 기분이 매우 좋고 고양된 상태다. 행복감과 자신감에 도취하여 과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만만하나, 계획이 좌절되면 과민하게 변하기도 한다.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쉴 새 없이 떠오르며, 무리한 계획을 진행하려다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평소에 비해 목소리가 크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끼어드는데, 이렇게 지나치게 흥분되어 있고 과잉행동을 보이는 기간이 1주 이상 지속된다.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수다스럽고 목소리가 크며 빨라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사고의 비약이 나타나 한 화제에서 다른 화제로 갑자기 바뀌기도 하고, 연관 없는 자극에도 쉽게 주의가 산만해져 중요한 일을 지속해서 다룰 수 없게 된다. 수면에 대한 욕구가 감소해 일찍 잠에서 깨고, 심한 경우 며칠간 잠을 자지 않고 지내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환자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고, 주변 사람들도 단순히 기분이 좋거나 밝은 상태라고 생각해서 간과하기 쉬운 것에 비해 위험성이 큰 증상이다.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어 심각한 일탈행동을 하기도 하며, 판단 능력이 떨어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등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에 따른 조증 삽화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조증 삽화의 DSM-5 진단 기준

A. 비정상적이면서 지속해서 증가하는 팽창 또는 과민한 기분, 목표 지향적 활동 또는 에너지가 1주 이상 지속되는 뚜렷한 기간이 있다.

B. 위 기간(A)에 다음 증상 중 세 가지 이상이 지속되고, 평소 모습에 비해 변화가 뚜렷하며 심각한 정도로 나타난다.

ㆍ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ㆍ수면 욕구 감소 (3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등)

ㆍ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함

ㆍ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질주하는 듯한 주관적 경험

ㆍ주관적으로 느끼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주의 산만

ㆍ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 또는 정신운동성 초조

ㆍ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 (무분별한 소비, 성행위, 사업 투자 등)

C. 기분장애가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뚜렷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입원이 필요한 경우이거나,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되어 있다.

D. 삽화가 특정 물질의 생리적 작용의 결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울증 삽화(Depressive Episode)
시기의 증상

우울 삽화기에 접어들면 미래를 비관적으로 느끼며 걱정이 많아진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이전에 해왔던 일들이 힘들게 느껴지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낀다.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사고의 속도가 느려지고 이해력과 판단력이 감소한다. 글에 집중하지 못하여 앞서 읽은 것을 기억하지 못해 다시 읽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외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낯설게 느끼는 이인증(depersonalization)과 주변 환경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비현실감(derealization)도 흔하게 나타난다. 몸에 기운이 없으며 항상 피곤하고, 천근만근 무겁다고 느낀다. 상당수는 우울한 기분을 느끼거나 호소하지 않고, 자율신경계 증상이나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등 신체 증상만을 호소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