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 우리집 상비약

멀미로 인한

구역·구토 다스리기

먼 곳으로 가기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보면 멀미가 날 때가 종종 있다. 각종 교통수단에 타고 있다가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등이 나타났을 때 ‘멀미’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눈에 감지된 움직임과 귀 속에서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에서 느낀 자극, 뇌에 감지된 움직임 등이 불일치할 때 발생한다. 멀미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역과 구토이다. 멀미로 인해 일어나는 구역·구토에 대해 알아보자.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 사진 송인호

멀미로 인한 구토는 전정기관이 자극되며 생기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 히스타민과 아세틸콜린이다. 그래서 이 두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인 항히스타민제와 항콜린제가 많이 쓰인다. 이 성분들을 먹으면 입이 마르며 땀과 소변이 덜 나오고 변비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물을 충분히 마시고 탈수를 유발하는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고, 졸릴 수 있으니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조작을 피해야 한다. 특히 감기약, 알레르기약, 항우울제 등을 함께 먹으면 멀미약의 효과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을 항히스타민제라 한다. 3+4월호 ‘종합감기약과 알레르기 약’ 편에서 언급한 항히스타민제는 주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이다. 2세대는 졸음 부작용이 적게 나타난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중추신경계에는 영향을 적게 미치기 때문에 멀미 증상에는 효과가 없다. 이 때문에 구토 증상에는 1세대인 meclizine(메클리진), dimenhydrinate(디멘하이드리네이트)가 많이 쓰인다. 이 성분들은 단독으로 쓰이거나 다른 성분과 함께 복합제로 쓰이기도 한다. 30분 이내에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에 차를 타는 등 멀미가 유발되는 행동을 하기 30분 전쯤 복용해야 하고, 약효가 더 필요하다면 4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정확한 사용법 준수해야 효과적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콜린제로는 scopolamine(스코폴라민)이 쓰인다. 이는 7+8월호 ‘복통과 설사’ 편에서 위장관 수축을 가라앉히는 성분으로 언급했었는데, 중추신경계인 뇌와 척수로 전달되는 신호를 막아서 멀미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으로 쓰인다.

scopolamine 단일 성분은 패치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약효를 나타내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소한 4시간 전에 붙여야 하는 점은 번거롭지만, 그 후 최대 72시간 동안 약효가 유지되므로 약을 삼키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긴 시간 동안 멀미 증상을 가라앉혀야 하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다.

‘키미테’가 대표적인 약품명인데 16세 이상이 사용 가능한 고용량은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반면, 8~15세가 사용 가능한 저용량은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어린이용은 처방이 필요해 번거롭다며 ‘용량이 2배인 성인용 일반의약품을 구입해 반으로 잘라 붙이면 안 되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패치가 최대 72시간 동안 약효를 나타내는 것은 패치 자체의 구조가 약을 긴 시간 동안 서서히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패치를 자르면 그 구조가 망가져서 약효가 긴 시간 동안 지속되지 않고 금방 사라지는 등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또 패치가 피부에 붙으면 약이 흡수되니 버릴 때는 접착 면끼리 맞붙여서 버리고, 패치를 붙인 뒤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뗀 뒤에는 패치를 붙였던 부분까지 깨끗이 씻어야 한다.

손을 씻지 않고 그대로 눈을 비비면 동공이 확대되어 시각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패치가 떨어지거나 3일 이상 멀미 예방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패치는 다른 쪽 귀 뒤에 붙여서 패치를 붙였던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부작용도 주의 깊게 살펴야

scopolamine을 포함한 경구제는 다른 성분과 함께 복합제로 만들어져 여러 멀미약에 쓰인다. 하지만 scopolamine만 단독으로 있는 경구제는 멀미 목적이 아니라 7+8월호 주제였던 진경제로 사용되니 원하는 약효에 따라 주의해 사용해야 한다.

이 두 성분 외에 도파민 길항제인 domperidone(돔페리돈)도 멀미약으로 쓰인다. 도파민이 그 수용체를 자극하면 구역과 구토가 생기는데, domperidone은 이 과정을 방해해 증상을 가라앉힌다. 뇌 속으로 이동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졸림이나 불안 등 중추 매개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만, 부정맥 발생 위험이 있으며 유즙분비과잉이나 여성형유방증을 일으킬 수 있다.

비약물요법도 유용하다. 과식하면 소화기관으로 혈액이 몰려 다른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어 멀미가 생기거나 심해질 수 있으니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눈에 감지된 움직임과 실제 움직임이 차이 나면 멀미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이동하는 방향쪽으로 앉고, 휴대폰이나 책같이 가까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아닌 멀리 있는 풍경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이 장거리 이동을 삼가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하루빨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추억 가득한 학창 생활을 보내고,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고, 멀미약을 미리 붙이고 먹어가면서까지 여행을 준비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