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이야기 + 미디어 속으로

코로나19의 기세가 아직 무섭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도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함이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개봉한 지 9년이 지난 영화가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IPTV와 VOD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컨테이젼>. 마치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평이 나올 정도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았다.

편집실  / 감수 정유석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바이러스 전파 방식

홍콩과 마카오 출장을 다녀온 베스(귀네스 팰트로). 그녀가 미국에 도착 후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한다. 이후 전 세계에서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감염 당국은 역학조사를 시작한다. 영화는 그녀의 행적을 되짚으면서 베스가 마른기침을하고, 바텐더에게 신용카드를 건네고, 카지노에서 만난 사람에게 행운을 준다며 입김을 불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베스의 밀접 접촉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 기침과 재채기를 하고, 손으로 끊임없이 버스 내부를 만지는 것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코로나19의 경우도 접촉과 비말 전파가 주 감염경로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는 딱딱한 표면에서 더 오래 생존하는 경향이 있어 신용카드나 문손잡이에 남아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체 표면에서 수 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침, 재채기 시 손으로 가리고 했다면 비말이 손에 묻고 그 손으로 만진 물건에 바이러스가 남을 수 있다.

사회적 혼란

영화 속에서 'Mev-1'이라 명명된 바이러스는 베스의 죽음을 시작으로 미국을 비롯해 홍콩, 영국, 프랑스 등으로 퍼지며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급기야 미국 정부는 시카고 봉쇄라는 강수를 두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혼란을 틈타 프리랜서 기자 앨런은 군중심리를 조장한다. 자신도 병에 걸렸었지만 개나리꽃액을 먹고 나았다며 개나리꽃액이 바이러스 치료제라고 주장한다. 앨런의 가짜뉴스를 믿은 사람들은 약국에 줄을 서 개나리꽃액을 구입하고, 약탈하기까지 한다. 앨런은 큰돈을 벌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전염병이 사그라든 후 결국 경찰에 체포된다. 벌을 받긴 했지만, 그의 기사로 많은 대중이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일본, 유럽, 북미 지역에서는 영화 속 이야기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손 세정제나 마스크, 체온계는 물론이고, 두루마리 화장지, 식료품 등 일반 생필품까지 사재기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 구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스크 5부제 실시와 자발적인 마스크 양보 운동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가짜뉴스의 경우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 마늘과 소금물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세계보건기구는 효과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언론과 SNS를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기사, 왜곡 보도 등이 쏟아지며 인포데믹(infodemic·정보감염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 <컨테이전>

개봉 : 2011. 9. 22.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 마리옹 코티야르, 맷 데이먼, 케이트 윈즐릿, 귀네스 팰트로 등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가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한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는 경험이 뛰어난 박사를 감염 현장으로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오란테스 박사는 최초 발병경로를 조사한다. 이 가운데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하는 프리랜서 기자가 촉발한 음모론의 공포는 원인불명의 전염만큼이나 빠르게 세계로 퍼져가는데….



바이러스의 시작

<컨테이젼>은 바이러스 발생의 둘째 날부터 시작된다. 초반부에 밝혀지지 않던 바이러스의 원인은 영화 막바지에 첫째 날이 묘사되면서 비로소 공개된다. 글로벌 기업이 공장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숲을 파괴하자 그곳에 살던 박쥐들이 민가 근처로 옮겨간다. 박쥐가 먹던 바나나를 돼지우리에 떨어뜨리고 그걸 주워 먹은 돼지가 감염된다. 그 돼지를 요리하기 위해 손질하던 홍콩의 요리사가 손을 씻지 않고 베스와 악수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사스와 메르스를 비롯해 그동안 발생한 신종 전염병의 약 75%는 동물에서 유래됐다.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려면 종간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데, 주로 중간 매개체 동물 몸속에서 변종이 일어난다. 박쥐류는 대표적인 매개체다. 박쥐는 1,240여종으로 포유류 중 종이 가장 많고, 인수 공통 바이러스 60여 종을 지니고 있다. 수명이 최대 50년으로 길고 수백만 마리가 함께 생활하며 이동 거리가 길어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재래시장에서는 야생동물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도축 및 판매되고 있다. 코로나19는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나 박쥐에서 발원한 뒤 천산갑과 뱀, 밍크 등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산갑과 뱀, 밍크는 중국에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불법적으로 밀매되는 야생동물이다. 영화 <컨테이젼>과 2020년 현실의 바이러스는 전염병 발원지를 암묵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경고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