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 우리집 상비약

꼭 필요한 진통제 
똑똑하게 복용하기

생활하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아픈 순간이 있다. 당장 병원에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손이 닿는 곳에 항상 있는 상비약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진다. 그중 가장 흔히 구할 수 있고 많이 사용하는 약이 바로 진통제다. 진통제, 올바로 알고 제대로 복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 사진 백기광

집집마다 구급함에 한두 종류는 있는 진통제. 가장 흔하게 여러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약이 바로 진통제다. 일반약 중 진통제는 두 가지가 있는데 진통 효과와 함께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각기 다르다. 하나는 열을 내릴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나머지 하나는 열뿐 아니라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하 NSAIDs)다’. ‘열나는데 왜 진통제를 줘요?’라고 하는 환자분들이 종종 있는데, 두 가지 진통제 모두 열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해열제와 진통제는 각각 따로인 게 아니라 사실은 같은 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성분으로 하는 약은 아주 많기 때문에(국내에 아세트아미노펜 단독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약이 100여 종이나 된다) 약 이름만 보고는 성분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인 약 이름 중 널리 알려진 것에는 타이레놀, 세토펜 등이 있다. 그래서 “우리집에 타이레놀 1통 있는데 안 들을 수도 있으니 다른 것도 사놓아야지, 세토펜을 사 놓을까?”라고 하면 집에 타이레놀 2통을 사놓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 이름이 달라도 성분은 똑같은 약이 많기 때문에 약 이름이 아닌 성분을 봐야 한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종합감기약 등 여러 약에 포함된 경우가 많아서, ‘진통제와 감기약은 다른 약이지’라면서 복용하면 알맞은 하루 복용량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아세트아미노펜은 먹는 약뿐 아니라 좌약으로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른 약이라고 생각하고 시럽과 알약을 먹고 좌약을 썼는데 알고 보니 그 약들이 모두 아세트아미노펜인 경우도 종종 있다.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으로 구비

일반약으로 분류된 진통제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성분으로 한 약의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라고 쓰여 있으며, 그 외의 성분은 모두 NSAIDs이다. NSAIDs에는 이부프로펜(Ibuprofen), 맥시부펜(maxibufen), 나프로젠(naproxen) 등이 있는데 모두 외우기는 어려우니 진통제(해열제) 성분을 볼 때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 두 가지로 구분하고 각 성분에 해당하는 약 한 가지씩만 구비해 놓으면 된다. 여러 성분이 포함된 약은 복용 시 신경 쓸 것이 많아지니, 여러 목적으로 쓰일 상비약으로는 단일 성분으로만 된 약을 준비해놓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여러 진통제 중 A약의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B약의 성분은 이부프로펜, C약의 성분은 맥시부펜이라면, 진통제는 무조건 아세트아미노펜(A약)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B약과 C약) 두 가지로 분류하고, ‘만약 B약과 C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다른 진통제를 먹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진통제를 먹은 것과 같으니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아세트아미노펜과 아닌 약(NSAIDs) 두 가지 모두, 통증과 발열 및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프로스타글란딘)을 감소시켜서 통증과 열을 낮춰준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뇌와 척수에서 작용하는 반면, NSAIDs는 그 외의 부분에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과 달리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다. NSAIDs가 작용하는 ‘그 외 부분’ 중에 위장이 포함되는데, 이 약이 감소시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위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NSAIDs를 먹으면 속쓰림 등 위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평소 위장이 약하다면 음식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세트아미노펜에는 간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간에 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중독 병력이 있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지, 그 외의 분들이 정상적인 용량을 복용한다면 뚜렷한 부작용은 없다. 그래서 아기에게도 생후 4개월부터 투여 가능한 약이기도 하다.

목적에 따른 적절한 복용과 
참지 말고 약 먹기

해열이 목적이라면 아세트아미노펜을 먼저, 목이 잠기는 등 염증 증상이 있다면 NSAIDs를 먼저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약을 복용한 후에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으면 다른 종류의 약을 교차로 복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약효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약을 복용하기 전 최소한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끼리는 4시간 이상, NSAIDs끼리는 6시간 이상 복용 간격을 두어야 하고, 나이와 체중에 따른 1회 복용량을 정확히 지킨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은 하루 최대 6번까지, NSAIDs는 4번까지 복용이 가능하다. 적절한 1회 복용량은 나이나 체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복용 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약 먹으면 안 좋다고 아파하면서 참는 분들이 있는데, 통증을 느끼는 상태로 계속 있으면 신경이 손상되어 나중에는 원래 있던 통증의 원인이 사라져도 손상된 신경 때문에 계속해서 아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만성적으로 통증이 이어질 수 있고 치료가 힘드니, 아프면 참지 말고 약을 복용하자. 진통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아기는 열이 나면 위험하다며 보호자들이 알맞은 1회 복용량이나 복용 횟수를 잊고 약을 많이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약으로 낮출 수 있는 체온은 많아야 1.5℃다. 열이나 통증은 그 자체가 병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어 부차적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상비약을 복용했는데도 조절되지 않으면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똑똑한 약 보관 법

대부분의 약은 25℃ 이하와 습도 60% 미만인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알맞은 환경에 보관하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맛이 써지고 색이 변하는 등 약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냉장고는 습기가 많으니 냉장 보관하라는 설명이 없으면 냉장고에 넣지 말고, 여름철에는 자동차 안 등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곳에 약을 두는 것은 피한다. 그리고 약에 표기된 유통기한은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약효가 보장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포장을 뜯은 후 공기에 노출되면 표기된 유통기한보다는 그 기한이 짧아진다. 알약은 낱알이 플라스틱 포장에 각각 따로 포장되어 있어서 보관하기 쉽지만, 시럽은 병을 개봉해 다른 병에 덜고 나면 유효가 한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포장은 복용 전까지 뜯지 말고, 개봉 후 유효기간이 지나 약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소량으로 포장된 것을 구비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약을 버려야 한다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지 말고, 근처 약국이나 병원 등에 가져가서 폐기해달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