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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아름다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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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숙희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시계를 보니 역시나 오전 10시다.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입원해 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매일 오전 10시 할아버지 한 분이 오신다.
어깨에 배낭을 메고 지팡이를 짚고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착용해 마치 등산 가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집에서 버스로 일곱 정거장이나 되는 이곳을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어오신다. 그리고 요양원에 도착하면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함께 산책한 뒤, 집에서 가지고 온 간식을 먹이고 점심을 챙긴 뒤 같이 음악을 듣고 오후 1∼2시쯤 집에 가신다. 얼마 전까지 항상 걸어 다니셨는데 기력이 쇠하셨는지 최근에는 가끔 버스를 타고 오신다. 할머니가 입원하신 지 6년이 지났건만 할아버지는 매일 할머니를 보러 오셔서 똑같은 일과를 완벽하게 반복하고 귀가하신다.
지난해 겨울 요양원에 독감 환자가 여럿 발생해 외부 방문을 금지했을 때도 할아버지는 매일 요양원 밖에서 직원들에게 할머니의 안부를 묻고 가셨다. 직원에게 할머니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도 몇 번이나 “정말이지?”라고 묻고는 하셨다.
할머니의 외모가 예뻐서는 아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 할머니는 예쁜 것과 거리가 멀다. 체중은 80kg이 넘고 입에서 침이 흐르고 손을 부들부들 떨지만 할아버지께 이런 모습은 중요치 않은 듯하다. 할머니를 돌보는 정성은 세상 누구보다 지극하고, 할아버지께 할머니는 양귀비만큼이나 예뻐 보이는 것 같다. 애처가이다 못해 공처가, 아니 경처가 수준이다.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집에서 식사하시고 요양원에 오셔서 할머니를 돌본 뒤 2~3시쯤에 집에 도착해 점심을 드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체격의 반 정도로 깡마르셨는데, 정신력인 걸까? 젊은 사람도 힘들어할 만한 일을 흥얼거리며 기쁜 마음으로 하신다. 때로 그 모습을 보며 이것이 사랑의 힘인가 싶기도 하다. “할아버지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여쭤보면 힘들지 않다며 밝게 웃으시고는한다.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할아버지께 무척 잘해주셨어요?” 이런 질문을 할 때면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신다.
그런데 얼마 전 할아버지의 자녀들이 요양원에 찾아와 하소연했다.

“최근 아버지 건강이 무척 나빠졌어요. 어머니 면회도 좋지만 아버지 건강이 걱정되는데 요양원에서도 말려 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가 얘기해도 참견하지 말라며 역정만 내시네요.”
알겠다고 대답하고 할아버지께 몇 차례 “가끔 오셔도 되지 않겠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지만 할머니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을 누가 막을까? 할아버지는 여전하시다.


부디 할아버지께서 건강히 오래 사셔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할머니를 보러 오시길 기원한다.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그리고 기운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