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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에
    마음을 쏟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박남희 교수

    • 글. 임산하 사진. AZA스튜디오
  • 최근 관상동맥우회술 100건 및 심장 이식수술 50회를 달성한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 성과의 배경에는 훌륭한 의료진이 함께 협력하는 체계를 만든 박남희 교수가 있다. 오랜 시간을 심장과 마주했지만 그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진심을 다해 마음을 쏟는다.
흉부외과 박남희 교수
現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행정부원장/장기이식센터장
진료분야: 관상동맥 질환,
판막 질환, 대동맥 질환, 부정맥
흉부외과, 삶을 다루는 의술

온몸에 혈액을 돌게 하는 심장.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심장은, 그 기능에 빗대어 ‘중심’이나 ‘마음’ 을 표현하는 관용적인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심장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장기다. 설렘, 기쁨, 염려 등의 감정에 따라 박동 수가 달라지곤 하는 심장은 삶을 관통하고 있는 장기로 봐도 무관하다. 현재 심장 질환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 원인 2위의 질병으로 위험도가 상당하다. 심장의 수술적 치료를 담당하는 흉부외과 의사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 30여 년의 시간 동안 흉부외과 의사로서 그 무게를 담담히 감내해 온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의 박남희 교수가 있다.
최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제6차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박남희 교수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팀원들의 협력이 있었다.
“관상동맥우회술뿐 아니라 어떤 심장 수술도 절대 외과의사 한 사람의 역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팀원들 간의 성장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스스로는 이룰 수 없는 일임을 강조해서 말하는 박남희 교수. 집도를 하는 외과의사, 수술 보조 의사, 간호사, 마취과 전문의, 심폐기사 등 여러 명이 환자의 심장을 위해 같은 목표로 집중한다. 심장 박동을 정지시킨 상황에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들의 손발이 착착 맞는 것은 필수다. 이처럼 팀워크가 유지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는 박남희 교수의 힘이 컸다. 팀원들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함께 배우면서 성과를 내도록 노력했고 병원 역시도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자연히 수술 성적이 좋아졌고, 이는 환자에게 선택받는 병원이 되는 길을 열었다.

관상동맥우회술뿐 아니라 어떤 심장 수술도
절대 외과의사 한 사람의 역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팀원들 간의 성장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성실함으로 환자를 마주하다

대구 지역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하는 요양기관은 총 5곳이지만, 실시 건수는 수도권 다음으로 가장 높을 뿐더러 증가율도 상당하다. 이는 대구 지역민이 대구 지역 내에서 수술을 받는 ‘지역친화도’를 증명하는 지표가 된다. 실제 박남희 교수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 지역민의 지역친화도는 70%에 달한다. 2004년, KTX가 대구에서 서울로 1단계 개통되면서 당시 대구에서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환자가 가장 많았지만, 병원 자체적으로 꾸준히 역량을 쌓으면서 대구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특히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최근 관상동맥우회술을 100건 달성하였는데,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매우 드문 성과다. 이 기록의 약 70% 이상은 박남희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환자 분들이 심장 수술에 대해 느끼는 심적 부담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환자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멀리 움직이지 않도록 도왔다. 여러 환자를 만나다 보니 다양한 경험이 쌓이고, 자연스럽게 수술 결과가 좋아지게 된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는 “환자는 의사의 스승입니다”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경험과 반비례하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면, 이는 ‘긴장감’이다. 그는 여전히 환자의 삶과 관련된 ‘심장’을 만지는 수술에 앞서 스스로도 마음을 조인다. 또한 수술 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물론 동반된 질환에 대한 위험도 평가 등을 통해 매번 대비책을 세운다. 당연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보다 움츠러든 환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기본을 지키는 일에서 온다. 집도의의 성실만큼 환자를 안도하게 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일을 내다보는 그의 목표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 평가에는 재수술률, 재입원율 등 수술 후 결과도 포함된다. 흔히 ‘선진국병’이라고도 불리는 관상동맥질환은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선행질환에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아 합병증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박남희 교수는 이제는 수술 직후의 생존율을 넘어 사회에 원만히 복귀할 수 있도록 장기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행 질환에 대한 투약 관리와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 발생 원인을 줄이도록 생활습관의 변화까지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덧붙여 그는 환자의 외래 관리의 중심에는 심장내과가 있다고 말한다. 분업화돼 있는 체계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는 그에게서 동료에 대한 신의가 보인다.
동료들의 열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그의 목표는 지방 권역마다 심장수술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박남희 교수 팀이 2017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초로 심장이식수술을 성공한 뒤로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최근 50회의 심장이식수술을 달성하여 전국 5위권의 성적을 얻은 바 있다. 각 진료과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함께 방향을 잡았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이로써 지역 환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 주었다. 다만 성과의 이면에는 적은 인력으로 짊어야 했던 책임의 무게가 있었다.
“심장 관련 전문의들이 한곳에 모여 진단, 치료, 수술 등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의료진의 근무 환경도 개선될뿐더러 질 좋은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지역 사회 안전망 구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진료 구조를 만들어 동료와 환자에게 모두 도움을 주는 것이 박남희 교수의 목표다. 그에게는 오랜 시간을 한자리에서 고민하고 염려한 사람만의 깊은 고뇌가 보인다. 그의 걸음마다 펼쳐질 행보에 벌써부터 심장이 뛴다.

Mini Interview 조상분 님(73)
저는 2010년 2월 12일, 박남희 교수님에게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병원에 방문했는데 교수님이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진료를 받자마자 이루어진 일이지만 교수님이 믿음이 가서 바로 수술에 동의하였고, 보호자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술 후에 지혈이 안 돼서, 재수술을 해야 했을 정도로 힘들었던 환자입니다. 그럼에도 교수님이 열심히 집도해 주셔서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히 지내고 있답니다.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박남희 교수님의 꼼꼼함은 여전하십니다. 변함없이 믿음과 신뢰를 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교수님, 관심 있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