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나라는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해 국가 의약품 통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를 수행할 전문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정되며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가 설립되었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약품의 생산·수입·공급 내역을 모두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구축한 유통정보 관리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앞선다.
글 편집실 사진 백기광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완제의약품의 생산·수입·공급과 사용내역 등 의약품 유통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일을 수행한다.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촉진하고자 공급내역을 보고해 의약품 유통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집된 의약품 정보를 가공·공유함으로써 제약·의약품 유통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2015년 1월 이후 생산 또는 수입 통관된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일련번호 표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었고, 2019년에는 단계별 제도 유예기간을 최종 종료하여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완제의약품의 이력 추적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최소 포장 단위의 개별 의약품에 고유번호를 부여하여 의약품의 전체 유통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모든 의약품은 생산부터 사용까지 모든 유통과정과 이력이 추적 관리되고 있다.
투명한 유통·안전한 사용·원활한 공급을
위한 정보 관리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6개 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성원 60여 명이 함께한다. 작년까지는 의약품 공급내역 관리를 담당하는 의약품정보관리부, 의약품정보개발부, 의약품정보조사부 등 3개 부서로 운영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약품 수급 안정화를 위해 올해 의약품수급관리부, 의약품수급안정화부를 신설했다. 여기에 의약품·의료기기의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자 유통질서 관리부를 추가했다.
의약품 제조·수입업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뒤 허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품정보보고서를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Korea Pharmaceutical Information Service, KPIS) 포털에 등록하여 표준코드를 신청해야 한다. 의약품 표준코드는 개별의약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설정하는 고유 번호인데, 제품정보 등록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표준코드를 부여하고 공고한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서는 이때 부여한 표준코드를 이용해 의약품 공급내역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이러한 의약품 유통정보 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제 규정, 유통정보 표준화를 관리하는 곳이 의약품정보관리부다. 이렇게 표준화된 정보체계를 활용하여 의약품정보개발부는 의약품 유통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다. 의약품 공급자는 약사법에 따라 의료기관, 약국, 의약품 도매상,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에게 완제의약품을 공급하는 경우 공급내역을 센터에 보고해야 한다. 전문의약품은 일련번호를 포함하여 공급 익일까지 보고하고, 일반의약품은 익월 말일까지 보고한다. 현재 연간 90조 원에 해당하는 의약품 거래내역이 의약품정보시스템에 누적 관리되고 있다.
보고되는 정보에 대한 사후관리는 의약품정보조사부에서 담당한다. 공급내역 보고에서 미보고·거짓보고 여부를 점검하고 요양기관의 의약품 공급내역과 청구내역을 비교하여 점검하는 등 투명한 의약품 유통과 올바른 약제비 청구를 위한 사후 조치를 담당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감염병 확산 등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의약품 품절사태가 있었다. 이러한 의약품 관련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의약품수급관리부와 의약품수급안정화부가 신설되어 수급 안정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의약품신고채널에서 해열·진통·소염제 등 필수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 상황을 신고받아 원인과 생산·수입·공급량의 추이를 분석하여 의약품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적기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유통질서관리부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의료기기 지출보고서 제도를 운영한다. 의약품 공급자와 의료기기 제조업자 등이 의료인, 약사 등에게 합법적으로 제공한 경제적 이익 내역을 작성하고 증빙자료와 함께 5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올해부터 이 지출보고서의 대국민 공개제도가 시행되는데, 왜곡이나 오해 없이 국민에게 전해지도록 교육과 홍보에도 힘쓸 예정이다.
수많은 관계자의 협조를 바탕으로
완성되는 정보
국내에서 생산·수입되는 완제의약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전체 의약품 시장의 규모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에 부착된 일련번호를 활용하여 최소 포장 단위의 의약품이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지를 추적·확인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선진화된 의약품 유통정보 관리시스템이다. 의약품 공급자의 거래내역 보고가 정보의 기반이 되므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성실하고 정확한 협력 없이는 완성하기 어려운 업무지만, 많은 이의 노고가 모여 만들어진 정보가 다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이 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보(데이터)관리를 위한 전문지식과 함께 관련 제도와 규정 검토에 필요한 법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수집된 정보를 활용해 가치 있는 정보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통계 관련 역량도 필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법정 의무 사항이라고 해도, 의약품 공급자 등 의약품 산업계의 정보 제출 협조에 기반하여 수행되는 업무이므로 관련 업계와 원활한 공조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또 제도가 편향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의약품 제조사·수입사, 의료기관, 약국, 국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정보 수집·관리 시스템은 안정화 단계를 넘어 정보의 활용 가치를 향상하고 더 나아가 정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단계에 있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가 보유한 정보의 가치와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며 센터의 관리영역과 책임도 확대되었다. 올해 센터는 높아진 정보의 중요성만큼 더 정확한 의약품 유통정보 수집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고, 더 가치 있는 정보 창출을 위해 정보 정합성을 점검·분석하고자 한다. 의약품·의료기기 지출보고서 제도 등 새로운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의약품 품절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역할을 확립하는 일도 올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다.
mini interview
높은 가치를 지닌 정보,
기초부터 탄탄하게
소수미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투명성과 청렴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히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적극적인 업무 처리 과정 등에서 아주 드물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 오류는 부정행위만 아니라면 모두 수습할 수 있으므로, 청렴한 자세로 관련 업무에 임한다면 함께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임상에서 의약품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시는 분께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센터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약품 공급 관련 정보가 모입니다. 양방뿐만 아니라 치과, 한방 등 여러 분야의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공급되는 의약품의 유통 정보 내역이 보고·관리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 등 업무가 많아 바쁘시더라도 의료법, 약사법 등 관련 법령과 규정을 꼭 참고하고 업무에 반영하시어, 의약품·의료기기의 투명한 거래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