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은 내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가 아닌 모든 것을 방어하는 것을 말합니다. 먼지, 꽃가루, 각종 바이러스, 다른 사람의 세포 등이 내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죠. 하지만 이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보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이때 ‘면역력이 떨어졌다’라고 표현합니다. 어떻게 하면 면역력을 지킬 수 있을까요?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면역력을 지키려면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내 몸과 주위를 청결하게 유지하 는 것이 필수입니다.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감염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운동과 햇빛 쬐기, 시기에 맞게 예방접종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달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등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면역체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대량영양소와 비타민 같은 미량영양소를 적절하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힘든 경우 영양제 복용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영양제는 여러 영양소를 먹기 쉽고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것으로, 건강 증진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쓰입니다. 영양제는 다른 약과 달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전문가에게 영양제복용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을 종종 만납니다. 하지만 사람 몸은 균형이 중요합니다. 약도 개개인에게 필요한 성분을 필요한 만큼만 복용해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듯이 영양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양제 포장에는 포함된 영양 성분과 함량이 적혀 있습니다. 함량 옆에 ‘00%’라고 비율도 함께 표기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하루 영양섭취기준 대비 비율입니다.
영양섭취기준은 건강한 사람이 질병을 예방하고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 섭취량입니다. 만약 여러 가지 영양제를 함께 먹고 있다면 특정 영양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이 영양섭취기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면역에 도움 되는 영양소
면역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는 비타민D, 셀레늄, 아연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D는 칼슘 농도를 유지하며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말초 인슐린저항성을 감소시켜 대사조절에 관여합니다. 또 비타민D는 면역세포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코로나19 관련 연구 중에서도 비타민D가 낮은 군에서 더 쉽게 감염되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비타민D는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서 1일 충분섭취량(영양소의 필요량을 추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여 건강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만큼 설정한 양)으로 12~64세에게는 10mcg(400IU)을, 65세 이상에게는 15mcg(600IU)을 투여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이는 65세 이상의 분들은 야외 활동으로 비타민D를 충분히 합성하기 어려울 거라는 전제하에 추천 섭취량을 조금 높인 것입니다.
비타민D는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서 합성되기 때문인데, 봄부터 가을까지 하루에 20~40분 정도 팔다리에 햇빛을 쬐면 충분한 비타민D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비타민D는 영양제, 달걀노른자, 유제품 등을 섭취해 보충할 수 있지만 야외 활동을 하면서 비타민D가 많이 합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복용법과 성분 확인해 지혜롭게 활용
셀레늄은 항산화효소의 구성요소 중 하나입니다. 셀레늄을 포함한 효소들은 산화적 손상과 감염으로부터 보호, 근육 발달, 갑상선 호르몬 대사, 면역반응 등 다양한 대사와 생리 기능에 관여합니다. 우리 몸 안에서 단백질과 결합해 운반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경우 셀레늄이 잘 운반되지 않아서 복용을 해도 결핍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꼭 셀레늄뿐 아니라, 단백질이 부족하면 면역 과정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셀레늄은 육류, 생선류, 난류와 밀이나 브로콜리 등 식물성 식품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곡류 섭취가 높은 나라이므로, 현재까지는 셀레늄의 주 공급원이 곡류입니다. 19세 이상의 1일 권장섭취량은 60mcg이며, 하루 최대 섭취량은 400mcg입니다.
아연은 우리 몸 안의 효소 작용을 도와주는 물질로, 신체 내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항산화 역할뿐 아니라 면역세포의 생성과 활성에도 관여합니다. 아연은 주로 해산물, 붉은 살코기, 전곡류, 콩류 등에 함유되어 있고, 식물성보다는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흡수율이 높습니다. 아연은 어릴 때부터 권장섭취량이 점점 늘어나 19~64세 남자의 권장섭취량은 10mg/일, 여자는 8mg/일이고, 65세 이상 남자는 9mg/일, 여자는 7mg/일입니다. 임신 기간에는 9.5mg/일, 수유기간에는 12mg/일로 늘어납니다. 과량 복용하면 구토, 설사 등 위장장애가 생기거나 면역기능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임신, 수유부를 포함한 19세 이상 성인의 상한 섭취량은 35mg/일이니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영양제마다 복용하는 방법과 양이 각기 다르니, 표시된 정보를 잘 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복용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영양제는 몇 달 동안 복용할 수 있는 양이 한꺼번에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통기한을 반드시 확인하고, 온도 25℃ 이하, 습도 70 % 미만의 서늘하고 건조하면서 어두운 장소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몸 상태나, 원래 복용 중인 약과 상호작용은 없는지 전문가에게 확인해보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