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환절기 혈관 건강 유지는
중용의 마음으로

환절기에는 호흡기질환과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고령자들은 혈관수축이 심해지면서 다리가 아리거나 시린 증상, 피부가 건조해져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동맥경화에 의해 혈관 나이가 상승해 생기는 증상이다.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가 호흡기를 자극해 갑작스러운 호흡기 수축과 심혈관계 수축 등으로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일교차가 심한 날일수록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으로 내원한 환자 수도 증가했다. 특히 심부전과 천식환자가 일교차에 가장 민감했는데 일교차가 1도 증가할 때마다 내원 환자 수가 각각 3%, 1.1% 증가했다. 또 서울의 경우 일교차가 1도 높아졌을 때 총사망률 0.68%, 순환기계질환 사망률 0.30%, 호흡기계질환 사망률 1.07%가 각각 증가했다. 이는 평상시 일교차를 5도라고 가정했을 때 일교차가 10도가 되면 호흡기계질환 사망률이 2.6배까지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교차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더 컸다.

불규칙한 고강도 운동은 위험

정년퇴임을 한 후, 평소보다 갑자기 운동량을 늘린 61세 남성의 경우 환절기에 불규칙하게 고강도 운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사무직으로 근무하면서 평소 신체 활동량이 많지 않았던 환자는 2년 전부터 하루 2시간 정도의 중강도 운동과 함께 1시간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불규칙하게 해왔다. 이에 비해 식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진료실을 방문하기 전날 식사를 점검해보니, 아침은 빵 두 조각에 커피 한 잔, 점심은 김밥과 견과류, 저녁은 밥 반 공기와 가벼운 반찬류를 섭취했고 2년 전에 비해 체중이 5kg 정도 감소한 상태였다. 최근에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간혹 생긴다고 해 여러 검사를 해보니 부정맥으로 진단됐다. 부정맥은 뇌혈관질환 위험을 3배 이상 높이고 협심증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맥은 60세 이상의 고령, 남성, 고혈압, 당뇨 등이 있는 경우나 음주를 즐기는 경우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평상시 운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갑자기 운동량을 늘려 무리가 와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등 불규칙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 체중 변화가 잦은 경우에 발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환자도 2년 이상 매일 3시간 30분~4시간 정도 운동을 했다.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은 남성들은 고강도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운동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및 부정맥 보호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고강도 운동을 불규칙하게 하면서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실시하는 젊은 층도 부정맥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운동량이 늘면 열량 섭취도 늘려야

실제로 나이가 들면 운동을 오래 하는 것보다 근력운동,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강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꺼번에 2~3시간 이상 걷기나 등산을 하거나, 마라톤, 자전거 타기 등 유산도운동을 장시간 하는 경우, 남성은 평균 300kcal, 여성은 200kcal 정도 열량 섭취를 늘려야 하는데 이 환자는 오히려 열량 섭취를 줄이면서 운동량을 늘려 몸의 입장에서는 심장과 장기가 쓸 연료가 부족해 무리가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정맥은 체질량지수 30kg/㎡ 이상의 비만한 군에서 정상 체중군에 비해 1.4~2.4배가량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체중이나 혈압의 변동폭이 클수록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이 3% 정도만 감소해도 심방세동의 위험이 6% 높아지는 반면 체중이 10% 이상 증가할 경우 심방세동 위험은 3%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량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환절기에는 음식 섭취를 줄이고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초겨울에 뇌혈관질환
위험을 줄이는 생활습관

첫째, 무리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즈음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는 식사 때 배가 고프지 않으면 한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가볍게 과일이나 빵 등으로 때우는 사람이 많다. 또 스스로 정한 일정에 맞춰 나이에 비해 무리하게 운동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운동이나 신체활동은 체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몸의 힘을 끌어내어 쓰는 행동이다. 따라서 무리하게 힘을 끌어내면 온몸의 혈관은 유연성을 잃고 갑자기 수축해 순간적으로 혈관을 막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일교차가 심하고 기온 변동이 큰 환절기에는 연이어 경쟁적인 운동은 피하고, 평상시 하던 운동량도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칙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둘째, 잠자는 동안에는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아침에 일어나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반사적으로 혈관이 수축되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려는 심장은 평소보다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밀어내므로 혈압이 상승한다. 아침 운동보다는 낮 시간에 과하지 않을 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셋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약물치료 중 이거나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있다면 약물 복용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과음한 다음 날에는 뇌혈관질환 위험이 특히 증가하므로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다.

환절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건강관리 기준은 조금 느슨하게 적용하면서 몸의 증상에 귀 기울여 생활하면 갑작스런 심뇌혈관질환, 감염이나 지나친 통증 없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혈관 건강을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100점에 맞추려 하지 않고 70~80점쯤에 목표를 두는 건강관리법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환경역학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와 대한노화방지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