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클리닉

증상이 나타나면
돌이키기 힘든 침묵의 병
만성콩팥병

만성콩팥병은 콩팥이 손상되어 그 기능이 점차 저하되거나 상실되는 질환이며, 국내 성인 9명 중 1명은 이 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남녀 비율은 비슷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 인구 고령화로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성콩팥병에 대해 알아보자.

주영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만성콩팥병 환자 수 는 연평균 8.7 %씩 증가하고 있으며,말기신부전 환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투석과 이식에 드는 의료비도 증가하고 있다. 만성콩팥병 총진료비 지출은 연평균 7.8%씩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전체 인구의 0.14%에 해당하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사용하는 의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3% 이상을 차지한다. 단일 질환으로는 1인당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다. 조절되지 않은 만성콩팥병은 결국 신대체요법(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하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의 흔한 원인은 당뇨, 고혈압이며 콩팥 자체의 질환인 사구체질환은 드물어서 만성콩팥병의 발병을 막고 신장 기능 악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치료 약제가 개발되어 지속적인 관리와 더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장 기능을 가늠하는
사구체여과율과 단백뇨

신장은 횡격막 아래, 배 뒤쪽인 후복강 내 양쪽에 있는 장기로, 체내 수분과 나트륨의 양 조절, 혈압 조절, 전해질 및 산-염기의 균형,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분비, 비타민D 활성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장의 전반적인 기능이 상당히 감소한다고 할지라도 앞서 언급한 신장 기능 문제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어서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인 사구체여과율과 단백뇨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사구체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은 측정 방법이 까다로워서, 혈중 크레아티닌(creatinine)의 농도를 통한 추정 사구체여과율(estimated GFR, eGFR)을 사용해 신장 기능을 평가한다. 추정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1.73㎡ 미만일 때 중등도의 신장 기능 감소로 정의하며, 신장 기능 감소에 따른 사망률, 심혈관질환 발생 등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단백뇨는 신장 손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소변에서 배출되는 단백질의 양을 평가한다. 정상적으로도 하루에 150mg 미만의 단백질이 소변에 섞여 배출되지만, 사구체여과율이 정상이더라도 하루에 150mg 이상의 단백뇨가 지속해서 확인된다면 만성콩팥병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사구체여과율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단백뇨는 빠른 신장 기능 감소와 연관이 있고,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정상보다 증가하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은 3개월 이상 지속해서 사구체여과율이 60 미만인 경우, 사구체여과율이 60 이상이지만 신장이 하나밖에 없거나, 해부학적으로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 미세 단백뇨 또는 혈뇨가 있는 경우에 진단할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만성콩팥병은 사구체여과율과 알부민뇨를 기준으로 1~6 단계까지 나누는데, 단계가 높을수록 만성콩팥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진다(표 1). 또 만성 콩팥병의 단계가 증가할수록 사망률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그림 1). 국내의 말기신부전 등록사업 결과에 따르면 신 대체요법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61%로, 5년 생존율이 74%인 대장암보다도 예후가 좋지 않으므로 조기 치료를 통한 신장 기능 보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요즘은 건강검진이 활성화돼서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신장 기능이 상당히 감소한 상태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진행된 후 뒤늦게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에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증상이 없어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관리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날 시점에는 신장 기능이 얼마 남지 않아 수년 내에 신 대체요법을 해야 한다.

표 1. 사구체여과율과 알부민뇨에 따른
만성콩팥병의 단계와 만성콩팥병으로
이행할 위험도

만성콩팥병의 관리와 치료

보통 정상인의 사구체여과율은 1ml/min/1.73㎡/년씩 감소한다. 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는 3~5ml/min/1.73㎡/년씩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장 기능이 점진적으로 감소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일시적으로 사구체여과율이 호전된 듯하다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신장 보호를 위해 체중조절, 금연, 혈압조절을 해야 하며, 당뇨병 환자는 철저한 당 관리, 충분한 운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므로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특히 저염식이 혈압조절과 신장 보호에 도움이 된다. 세상에 ‘신장에 좋은 음식’은 없다. 즉, 신장 보호효과가 확인된 단일 식품, 식품 추출물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장에 좋다고 하는 건강기능식품 등은 칼륨이 많아 칼륨배출능력이 감소한 경우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신장 기능이 감소함에 따라 칼륨 배출기능이 떨어지면 칼륨 조절을 위해 채소, 과일 등을 제한해야 하지만, 만성콩팥병 초기에는 이런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게 신장 보호에 도움이 된다. 체내 칼륨 농도를 급격하게 높일 수 있는 식물 추출물이나 주스 등은 고칼륨 혈증이 확인된다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증상만으로 칼륨 조절 상태를 알 수 없으므로 규칙적으로 피검사를 실시해 칼륨 조절 정도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식단을 조절하는게 좋다.

만성콩팥병이 진행되는 것을 늦춰주는 몇 가지 약제가 최근 그 효능을 인정받아 널리 쓰이고 있다. 먼저,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인 당뇨병성콩팥병에서는 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제와 더불어 당뇨병약제로 쓰이던 SGLT2 억제제가 신장 기능 악화를 늦춰주는 것이 확인되어 만성콩팥병의 1차 약제로 사용된다. 또 항염증 효과가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도 신장보호 효과가 있어 당뇨병성콩팥병의 치료 약제로 권고된다. 당뇨가 아닌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제와 더불어 SGLT2 억제제 사용이 권장된다. 그 외에도 신기능 저하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합병증(부종, 전해질 장애, 빈혈, 뼈-미네랄 대사 장애)에 대해 증상 치료를 한다.

한편, 폐렴과 같은 급성 감염증 때문에 신장 기능이 악화되기도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면역이 저하된 상태로, 정상인보다 감염 위험이 높다. 또 감염증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신독성 약제를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되어 급격한 신기능 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상포진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제는 대표적인 신독성약제이다. 이런 이유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독감, 폐렴구균, 대상포진에 대한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구체여과율이 15ml/min/1.73㎡ 미만인 경우, 또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말기신부전으로 진단하고 신 대체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증상이 있는데도 신 대체요법을 시작하지 않으면 가려움증, 불면, 부종에 의한 호흡곤란, 부정맥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기력저하 및 근 감소로 신 대체요법을 시작하더라도 장기간 요독에 노출된 합병증으로 삶의 질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그림 1. 만성콩팥병의 경과 및 예후

조기 관리과 치료가 가장 중요

말기신부전 환자가 신 대체요법을 받더라도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는 이식, 혈액투석, 복막투석 등 신 대체요법이 신장 기능을 완벽히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석은 에리트로포이에틴을 생성하거나 비타민D를 활성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해주어야 하며, 전해질 및 수분조절 장애로 심장질환이 발병하여 급성심장사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이 빈발한다.

심혈관질환 다음으로 저하된 면역기능으로 인하여 감염증에 의하여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 만성콩팥병 초기에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로 최대한 신장 기능을 보전하는 것이 좋다.

만성콩팥병을 진단받지 않은 성인 중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위험인자가 없는 성인은 국가검진만으로 충분하다. 만성콩팥병이 동반되지 않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 및 약물치료를 동반하여 최소 1년에 한 번은 신장 기능 검사 및 요단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성콩팥병이 진단되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신장 기능 검사 및 요단백 확인과 더불어 혈압조절, 당 조절, 충분한 운동으로 신장 기능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만성콩팥병, 급성신부전, 사구체질환을 전문 분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