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상호는 최근 학교 공부가 재미없다며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
입맛이 없다며 식사도 거르고 방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으려 한다.
밤에 뒤척이며 잠을 설치고 하루 종일 피곤해한다.
부모가 불러도 대답을 잘 하지 않고 늘 우울한 표정으로 지낸다.
집에서도 짜증이 부쩍 늘었다. 너무 버릇없이 구는 것 같아 지적하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린다.
머리가 아프다며 조퇴하거나 보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아졌다.
글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아이들도 우울증에 걸리나요?
요즘 아이들은 심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성장하고 있어 예전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자신이 경험하는 어려움이나 힘든 기분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우울증은 무기력감, 신체적 증상이나 비행, 공격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아동청소년의 우울증은
어떻게 나타나나요?
아동청소년 우울증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보다는 짜증이나 예민함, 심한 감정 기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깝고 편한 사람인 가족에게 짜증을 내곤 한다. 또 두통이나 복통, 어지러움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데 검사를 해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쉽게 피곤해하고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자신감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포자기로 매사에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반복적으로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도 늘었다. 이렇게 청소년 우울증의 증상이 성인 우울증과는 다르다 보니 부모나 주변 사람들은 우울증이 아니라 ‘버릇이 없는 것’, ‘하기 싫어서 꾀를 부리는 것’, ‘관심을 받으려고 증상을 과장하는 것’ 등으로 오해하기가 쉽다.
왜 생기나요?
아동청소년기 우울증은 원인이 다양하다. 학업·진로 스트레스, 또래 관계에서의 갈등이나 괴롭힘과 관련될 수도 있으며, 부모의 불화나 이혼, 부모와 자녀 간 갈등 등 가족의 문제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타고난 생물학적인 소인 때문일 수도 있고, 갑상선 질환 등 신체적 질환과 관련될 수도 있다. 가족과 학교, 사회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아이들에게 더 흔히 나타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부모와 아이를 직접 면담하여 진단한다. 우울증을 진단하기 전에 설문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어려움을 알아보기 위하여 심리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험 많은 전문가의 임상적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우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질환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혈액검사, 뇌영상 검사, 뇌파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아동청소년 우울증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함께 아이의 정서, 인지, 행동, 대인관계, 자기 조절 등을 다루는 정신치료가 필요하다. 가족들이 아이를 도와주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부모교육이 도움이 되며, 가족 간의 갈등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아이의 우울증이 가족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가족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항우울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여 우울 증상을 완화한다. 플루옥세틴, 에스시탈로프람과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우울증이 있는 소아와 청소년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이다. 최근 사용되는 항우울제 중에는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이나 중독을 유발하지 않고 졸음이나 인지기능저하 등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학생들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많다. 약물치료로 우울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을 막으려면 약을 바로 끊지 않고 9개월~1년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항우울제가 아동청소년에서 자살 생각의 위험을 약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항우울제 사용설명서에도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항우울제 치료를 통해서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 실제로 자살을 시행할 위험이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항우울제 치료로 인한 이득이 훨씬 크다. 다만 투약 초기에 의사와 가족들이 주의를 기울여 관찰해야 한다.
자살의 위험성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우울증이 있는 아동청소년과 이야기할 때는 자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020년 청소년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10.9%(여학생 13.9%, 남학생 8.1%)가 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 12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한 학생은 2.0%(여학생 2.7%, 남학생 1.4%)였다. 부모님들 가운데는 자살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분들도 있고,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자살에 대해서 물어보면 오히려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자살에 대해서 부모가 편안한 태도로 물어보게 되면, 아이들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저서로 『엄마의 마음이 자라는 시간』, 『육아 상담소: 발달』과 공저 『아이들이 사회를 만날 때』, 『공부하는 뇌, 성장하는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