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에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가 지금은 아이 낳을 형편이 안 되니 피임을 하기로 한다. 그러다 39세가 되어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기로 하고 피임을 중단했다. 피임을 하지 않으면 바로 임신이 될 줄 알았는데 여러 달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부부는 걱정이다. 혹시 우리가 난임인가?
글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
이런 부부를 오늘도 여러 쌍 만났다. 가임력이 가장 좋은 나이는 20대이고 30대에 들어서는 여성의 가임력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 3 5세 이후에는 임신이 되어도 염색체이상으로 자연유산을 할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엄마도 임신성고혈압 등 고위험 임신군이 된다. 40대에는 이런 위험성이 계속 높아져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의학적 설명을 듣고 나면 난임부부들은 많이 놀란다. 그중에는 피임을 하지 않아도 임신이 안 되는 난임 원인을 가진 부부도 있고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를 받았으면 임신이 잘됐을 난임 원인을 가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임신을 원하는 시기가 될 때까지 가임력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아 모르고 지내온 경 우가 많 다. 또 많은 여성이 폐경되기 전까지 아기를 낳을 수 있으며 체외수정(시험관 임신) 시술을 반복해서 받으면 임신율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난임부부들의 지원 요구에 따라 정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 정책이 계속 확대되었다.
난임 정책 방향 전환 필요
국가 소멸 위기인 초저출산 시대에 난임부부를 지원하는 정책은 중요하다. 지난 20년간 각종 난임부부 지원 정책이 쏟아졌고 지금도 관련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초저출산 추세는 한 번도 반전되지 않았고 난임으로 고통받는 가정은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1985년 우리나라에서 체외수정으로 임신된 아기가 처음 태어난 이후 20여 년 동안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 보조생식술(이하 난임 시술)은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였다. 그 결과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투자와 연구를 집중해 외국 환자들도 우리나라에 난임시술을 받으러 올 정도로 의술은 발전했지만, 비급여 시술비는 난임부부에게 큰 부담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난임 시술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부터 시행한 것은 당연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난임 시술비 지원사업은 지속해서 대상 범위와 지원금을 확대했고 2017년에는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며 보편적 진료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기존 공적 지원제도도 병행해 급여 진료비의 본인부담금 30%와 일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지원도 계속 확대됐다. 또 지원 대상을 가임 나이인 만 44세로 한정했는데 2019년부터 나이 제한을 폐지해 시술 대상자를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난임 시술로 태어나는 출생아 비율이 지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출생아가 급격히 줄어 난임 시술 출생아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난임 예방이 우선
난임 시술비에 건강보험 적용과 공적 지원을 병행하면서 시술 여성의 나이를 제한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결과 난임 시술 건수는 매년 늘었지만 출생률은 더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난임부부 증가를 저출생의 원인으로 잘못파악한 결과다.
난임부부가 늘어나서 저출산이 되는 게 아니고 저출산이 되어 난임부부가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생식능력에 문제가 많아 난임이 증가하는 게 아니라 임신이 잘되고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는 20대에 임신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난임이 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가임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35세 이후에야 임신하려고 하고 정부 지원도 나이 제한 없이 확대되면서 난임 시술 환자는 증가하지만 나이에 따른 가임력 저하는 의학적인 치료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체외수정(시험관 임신 시술)을 5회 해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는 그 이상 시술을 반복해도 누적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많은 난임부부는 정부가 지원하는 횟수, 때로는 그 이상으로 시술을 반복하는 것이 부모가 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난임부부들이 겪는 어려움은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도 매우 크다. 체외수정 시술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주관적 증상과 부작용 경험 실태에 대한 조사에서 우울과 감정 기복을 경험하는 경우가 80.1%로 가장 많아 대부분의 난임 여성이 정서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이 가임력이 좋은 시기에 임신하도록 돕고 난임 원인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도록 난임 예방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 현재 생명윤리법상 자신의 임신 목적으로 보관했다가 사용하지 않는 배아는 연구목적으로만 기증하거나 폐기해야 하는데, 타인의 임신 목적으로도 기증할 수 있게 하여 배아 생성이 어려운 난임부부가 수증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난임을 해결하려면 난임 시술 횟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건강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다면 아직 임신할 생각은 없지만, 곧 난임이 될 젊은 세대가 자신의 가임력을 파악하여 난임을 예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반복적으로 난임 시술을 받아도 결국 임신이 안 되는 난임부부가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입양상담을 포함해 난임 시술 종결에 대한 상담도 필요하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서
정서적인 도움 받아요!
보건복지부는 난임부부들의 스트레스 완화와 임산부우울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부터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사업을 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센터가 설치되었고 올해 서울센터와 경기북부센터가 추가로 개소해 전국에 난임·우울증상담센터 7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전국 시도에 확대할 계획이다. 센터에서는 난임 진단 단계에서부터 선별검사를 진행해 우울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담상담사가 배정되어 1:1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권역센터가 없는 지역에서는 중앙센터로 신청하면 비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상담이 아니라 임신을 하든 안 하든 난임 치료 과정과 임신, 양육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므로 많이 이용하길 바란다.
난임 검사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문진 및 산전검사, 호르몬 검사, 배란 초음파, 자궁난관조영술, 정액검사가 있으며 필요에 따라 추가 검사 시행
난임 검사 팁
-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배우자와 함께 병원에 방문해 상담과 검사를 받는다.
- 여성 난임 검사의 경우 생리주기에 따라 이뤄지므로 생리가 규칙적인 경우 생리 2~3일째에 검사를 받는다.
출처 : <난임 바로 알기> 난임 원인 및 검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난임센터장과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