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대한민국 화상질환 치료의 1번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을 피부만 상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조직 전체까지 깊고 넓게 손상된다. 또 피부 결손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내부 장기에도 영향을 미쳐 중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협진이 가능한 전문센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연간 화상수술 1,400여 건 이상, 연간 화상전용중환자실(BICU) 이용 환자가 4,000명이 넘는 국내 최고 화상전문병원인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을 찾았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화상치료의 마지노선을 지키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이하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외과 전문의 7명을 비롯해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교수 20명과 직원 300명으로 구성돼 15개 진료과를 운영한다. 1971년 개원 당시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민간자선 병원으로 출발한 이래 1986년, 병동 하나를 화상환자 치료 공간으로 마련하고 국내 화상 전문 치료기관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한강성심병원이 화상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사회적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1980년대 경제발전과 더불어 산업현장에서 화상환자가 급증했음에도 당시 전문 화상치료병원이 없어 많은 환자가 한강성심병원 화상병동을 찾았다. 이에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적인 화상치료센터가 절실하다고 판단해 미국의 유명 화상센터를 모델로 전문 의료진을 양성해 1986년 6월 화상전문센터를 설립했고, 이후 특성화·전문화 진료 시스템을 갖춘 세계적 화상전문센터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동종피부이식술, 막(membrane)형 배양상피세포 수술, 동종피부 광범위 화상치료를 시행했고, 이후 특성화센터 국제 심포지엄 개최, 화상 국제의료 지원, 어린이 화상병원학교 개교, 중앙119 구조본부와 항공구급서비스 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대학병원 유일의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로 발돋움했다.

한강성심병원의 강점은 화상치료 분야에서 규모와 시설, 진료의 질적인 면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화상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내과 등 관련 진료과가 협진하는 화상전문 다 학제적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다. 다른 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다가 더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후송된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치료의 마지노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화상치료에 특화된 시스템을 갖춘
전문병원으로서의 자부심

한강성심병원은 3기 연속 화상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대학병원이다. 화상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과 전문의가 화상전담팀을 꾸려 24시간 화상환자를 치료하고 임상 각 과가 원활한 협진 체계 아래 전문화된 화상치료와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비를 갖춘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라 화상치료의 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준 병원장은 화상전문클리닉, 화상전문치료실 외에 별도의 화상환자 수술실 등 화상에 특화된 전용공간과 화상환자를 위한 재활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풍부한 환자경험을 쌓은 화상전문 의료진이 두루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는다. 한강성심병원의 이러한 장점은 제 3차 환자경험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5월부터 11월까지 전국 359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평가에서 한강성심병원은 전국 종합병원과 전체 참여기관의 평균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성과가 의미있는 것은 화상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화상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 가장 심한 정도의 통증으로,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유발하므로 환자 경험평가에서 높은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물론 환자와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한강성심병원이 보유한 화상치료 병상은 157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최근 4년간 실적을 보면 화상, 성형수술이 8,900여 건이고 화 상환자 외래건수는 82,100여 건이며 입원건수는 124,500건에 달합니다. 최대·최고 규모의 화상치료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지요. 화상은 생후 1일부터 100세까지 전 연령대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화상을 중심으로 여러 과를 운영하는 종합병원 형태가 되어야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현행 의료수가 체계로는 운영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허준 병원장은 한강성심병원이 화상전문병원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세계적인 의술과 연구 성과를 내고 있지만 화상전문병원으로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고 험준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국가의료연계체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병원이 되길

한강성심병원은 대학병원으로서 화 상전문병원에 지정된 유일한 사례이며 이에 대한 자부심 또한 크다.

“대학병원의 장점은 연구 중심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우리 병원이 치료지침을 만들어가는 기본 원칙이며, 화상치료의 표준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화상 진료에서 선진화된 과정은 대부분 우리 병원에서 먼저 시작했다는 자부심도 큽니다. 화상치료 분야는 의료계에서도 가장 힘든 3D로 꼽히고 있어서 화상전문병원이 의료의 표준이 되고 미래 의료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큰 게 사실이죠.”

허준 병원장은 의료수가의 불균형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수익면에서 고질적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재단의 지원 없이는 경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 이라 지적한 다. 현재 한강성심병원은 병원장을 포함해 의료진이 한 달에 3분의 1은 당직을 서야 하는 처지다 보니 속된 말로 ‘인력을 쥐어짜면서’ 운영하는 구조이다. 허 병원장은 국가의료연계 정책에서 전문병원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화상은 초기 대응이 치료 결과를 좌우합니다. 예전보다 중화상 환자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불 앞에서 요리하며 식사를 즐기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일상생활 중에 일어나는 화상빈도가 높습니다. 이런 일상 화상이 일부 환자에서는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초기에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화상전문병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년 전 감전 사고를 당해 중화상을 입고 의식이 없던 환자를 재활병동에서 우연히 만나 ‘살려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 대한 노력하는 것을 화상치료의 원칙으로 삼았다는 허준 병원장. 화상치료 분야의 공공성을 인정받고 지원 강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미지의학을 선도하는 연구중심병원, 최고의 특성화 화상센터를 완성해가는 한강성심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