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울고 웃어야
건강한 이유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렇다고 울고 싶은데 참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분노가 차올라서 참을 수 없을 때는 펑펑 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울고 싶어도 참아왔다면 시원하게 울어보면 어떨까요? 울고 웃어야 건강합니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환경역학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와 대한노화방지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

우리 몸에는 반드시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과 기복이 있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는 점은 ‘정신과 마음’이 있다는 것이지요. 인간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이므로 체온, pH, 산소포화도 등 일정한 생화학적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이런 지표는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반면 혈압, 맥박 등은 어느 정도 기복이 있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격렬한 운동과 수면 등 휴식이 필요한 이유, 울고 웃어야 하는 이유, 열심히 일을 해야 하지만 가끔 휴식을 취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해야 하 는 이유도 바로 정신적인 긴장과 이완을 일으키는 변화와 함께 몸의 균형을 잘 맞춰야 건강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간은 ‘정신과 마음’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람은 울면서 태어납니다. 또 유아기에는 주로 울음으로 좋고 싫은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울음은 나쁜 것, 창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울음은 지는 것, 모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해 잘 울지 않으려고 합니다. 웃 음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전혀 웃기지도 않은데 억지로 웃으려 하고, 힘들어도 억지로 울음을 참는 사람이 많습니다. 슬픔이나 불안, 불행이 없다면 과연 기쁨, 안정감, 행복 등을 느낄 수 있을까요? 밤이 없으면 밝은 낮의 소중함을 느낄 수 없고, 골짜기가 있어야 산봉우리를 존재를 알 수 있듯 사람은 슬픔이나 불행이 있어야 기쁨과 행복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에서 알츠하이머치매 발병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고 보고됩니다.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 경우, 대부분의 질병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고 보는 것이 의학계 상식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경우에는 현재 처한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특별히 감사함이나 행복감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퇴행성 뇌질환과 정신질환 위험이 오히려 높 아지기도 한다고 보고됩니다.

나쁜 감정이 노화 촉진

행복의 조건은 동서고금에 따라, 세계 각지의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바로 신체와 정신의 건강입니다. 특히 사람의 노화를 촉진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나쁜 감정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표정이 일그러져 주름이 늘고, 얼굴과 신체 근육의 힘과 탄력도 떨어져 실제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보입니다. 얼굴은 온몸의 건강상태를 표현하는 거울과 같습니다.

따라서 안색이 나빠지고 얼굴이 처지는 변화가 자주 나타나면 결국 체력이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느려지면서 장기도 노화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감정이란 몸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아서 신기하게도 우울하면 금방 온몸의 힘이 빠졌다가도 기쁘면 금방 힘이 나기도 합니다. 이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신경전달 호르몬 등 몸을 지탱하는 신경이 감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선 힘들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 다양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 려고 노력합니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취미활동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참기 어렵고 힘들 때는 속 시원히 한번 엉엉 울어봅시다. 크게 소리 내어 울음이 더는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한 번쯤은 경험해보았을 것입니다. 울음과 함께 그동안 머리를 짓누르던 것이 없어지면서 어깨에 올려놓았던 짐을 내려놓게 되고 온몸을 조이고 있던 긴장이 풀릴 수 있습니다.

건강은 마음속에 있다

웃음이 온몸을 활짝 열어 몸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같은 것이라면, 울음은 몸속에 응어리진 나쁜 독을 빼내는 것과 같습니다. 일례로 제 지인의 딸도 유학 중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울음이 안 나올 때까지 펑펑 울면서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떨쳐내고, 건강하게 무사히 유학생활을 마쳤다고 합니다. 기쁠 때 흘리는 눈물도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억울하거나 분할 때, 속이 끓어오를 때 흘리는 울음이 더 마음을 후련하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울음이 몸속에 있는 안 좋은 것들을 다 뽑아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가슴에 뭔가 올려놓은 듯한 답답함, 머리끝까지 화가 차올라 머리로 피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는 눈물을 터트려보세요. 눈물 속에는 온갖 스트레스호르몬과 염증 물질이 들어 있는데,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기쁘거나 즐거울 때는 웃고, 분하고 슬플 때는 울음을 억지로 참지 말고 눈물을 흘려봅시다. 건강에 이르는 열쇠는 바로 여러분 마음속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