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발표된 한국인 기대수명은 83.6세로, 여성은 86.6세, 남성은 80.6세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100세까지 사는 삶을 계획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다스리기입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므로 마음을 잘 다스려야 건강한 100세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과거에는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이 없어 다양한 정보를 취할 기회가 적어 머리는 편안했지만 활동량에 비해 먹을 것이 부족해 잘 먹는 것이 최선의 건강 관리법이었습니다. 반면, 현대인은 먹을 것은 풍족하지만, 과거와 달리 넘치는 정보와 복잡한 사회구조, 인간관계 속에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평온치 않은 마음으로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상황이 오히려 건강에 좀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 진단을 받고 규칙적인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에 노력하던 44세 남성의 경우가 그 예입니다. 평상시처럼 진료실을 방문해 검사 결과를 확인하던 중 이전에 좀처럼 잘 조절되지 않았던 혈당과 이상지질혈증이 갑자기 호전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의류도매업을 하는 이 남성분은 아침에는 일하느라 바쁘다보니 늘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저녁에 폭식하는 경우가 잦았고 운동도 간헐적으로 했습니다. 보통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50대 이전의 남성에게는 우선 운동을 권유하는데, 의외로 이번에는 운동도 전혀 못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될 만한 일이 생기면 흡연, 음주도 늘고 운동이나 고른 영양섭취도 제대로 되지 않아, 모든 검사 결과가 나빠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환자는 혈당, 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동업 중인 누나가 폐경기로 감정조절이 어려워지면서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겼는데,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배려하면서 일과 거리를 조금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누나 대신 부모님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하게 돼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감정 조절은 건강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는 ‘아전인수’적인 사고로 행동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환자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누나를 대했습니다.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배려하고 기다렸습니다. 또 누나가 하던 부모님 건강을 챙기는 일까지 하면서 자신과 부모님, 누나 모두의 건강에 큰 무리 없이 현명하게 가족 간 스트레스를 극복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정도의 스트레스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고, 또 감정적인 스트레스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므로, 부정적인 생각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 그 크기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영양, 운동과 달리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한순간의 부정적인 생각은 자신 또는 타인의 생사를 결정할 만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려면 인생의 고비마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페인의 한 대학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되는 사건,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지되는 상태, 부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 등이 감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일상에서 객관적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배, 스트레스로 인지되는 상태는 2.5배, 부정적인 감정은 3.7배 감기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켰고, 긍정적인 감정은 0.6배 감소시키는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그만큼 건강상태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감기 걸릴 위험이 줄어든 것입니다. 반면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무력감, 잘 안 될 것 같은 생각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2배 이상 우리의 면역력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몸과 마음의 회복 능력이 면역력에 큰 영향을 미침을 의미합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마음 훈련이 필요
사람이 살면서 연령대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고, 살면서 예기치 않은 사건은 일어날 수밖에 없어, 일상에서 스 트레스가 되는 사건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일생에서 행복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 자녀의 출생도 모두 적응이 필요한 스트레스가 되니까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삶의 과정에선 누구에게나 ‘희로애락’의 순간이 생깁니다. 마치 밤이 있어야 낮을 느끼고, 골짜기가 있어야 산이 있듯이 안 좋은 일이나 슬픔을 경험해보아야 기쁜 일, 감사한 일을 느끼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건강식을 챙겨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평상시 외로움을 느끼거나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마음 상태라면 암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4배 높다고도 보고 되었습니다.
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믿음을 가지면 자신감과 함께 괴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또 분노와 화, 불안 등 좋지 않은 감정 자체가 생기지 않으므로 정신은 물론 몸도 건강해지겠지요. 새로 시작하는 일에 부정적인 생각과 함께 자꾸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는 ‘잘될 거야, 나는 잘할 수 있어’를 되뇌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지지할 근거를 적어봅니다. 부정적인 근거보다는 긍정적인 근거가 더 많은데도 막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불안해져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또 대인관계에서 생긴 문제는 되도록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며,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 편한 방향으로 생활해봅니다. 사고의 전환은 신체·정신건강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대화로 상대편을 설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이득이 됩니다. 감정 조절도 습관입니다. 마음을 긍정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훈련을 하면 점점 더 쉽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때마다 건강식을 찾아 먹고 ,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듯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데도 ‘마음 훈련’이 필요합니다. 자, 이제 100세 건강 계획도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때입니다. 오늘부터 ‘마음 훈련’을 시작해보세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환경역학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와 대한노화방지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