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는 식생활과 환경 변화,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나 중국,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젊은 대장암 환자도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글 양성수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대장암은 암의 위치에 따라 결장암, 직장암으로 나뉘며, 통칭해서 대장암 혹은 결장직장암이라고 한다. 대장암은 대장 점막에 생기는 선암이다. 선암 이외에도 림프종, 악성 유암종, 평활근육종 등이 원발성으로 생길 수 있다. 직장과 에스결장에서 발생하는 암이 3분의 2 정도로 가장 많고, 이 외에 상행결장 20%, 횡행결장 10%, 하행결장 5% 정도의 빈도를 나타낸다.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암 발생 건수는 24만 7,952건이고 그중 대장암은 2만 7,877건으로 전체의 11.2%이며,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대장암은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젊은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장암이 늘어나는 이유를 분석하려면 먼저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특징적인 요소들을 살펴봐야 한다. 대장암 환자의 95%는 정상 DNA가 식이, 과음, 흡연 등 환경요인에 의해 돌연변이를 일으켜 대장암이 발생한 경우이다. 대장암은 여러 환경요인 중에서도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흔히 대장암을 서구형 선진국 암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북아메리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서양인들이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고, 섬유질 섭취량은 적어 대장암에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 사람들은 대장암 발병 비율이 낮았으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증상이 없는 대장암
대장암은 상당히 진행되었는데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기 대장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장암 증상이 나타난 뒤에 검사를 받으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 일부 환자에서는 진행된 암일지라도 아무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암 크기가 커지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주로 배변의 변화다. 또 대장은 긴 관상 구조이므로 암의 형태와 크기, 위치, 침윤 정도 등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측대장암 : 속이 불편하거나 배에 혹이 만져져도 약간의 빈혈과 피로감 정도의 증상만 나타난다.
좌측대장암 : 장의 너비가 좁아지기 때문에 변이 잘 내려가지 못하고 썩는다. 배에 가스가 차고, 배변 시 악취가 나고 설사나 가는 변, 변비, 혈변 등의 증상이 있다.
직장암 : 변이 잘 안 나오고, 잔변감 때문에 화장실에 자주 간다. 딱딱한 변, 혈변, 검은색 변이 동반된다.
대장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용변을 본 후 바로 물을 내리지 말고 잠시라도 변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변을 볼 때의 느낌이나 횟수, 몸 밖으로 빠져나온 변 모양이나 형태, 냄새가 평상시와 다르다고 생각되면 혹시 대장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심해봐야 한다.
대장암의 치료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과 초기에 발견된 대장암은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으므로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내시경으로 절제가 불가능한 조기 대장암과 진행성 대장암은 환자의 건강상태, 종양 크기와 위치, 퍼진 정도 등을 고려해서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대장암 치료는 크게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주된 치료법은 수술이고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는 수술 전후나 재발 시 보조 수단으로 이용한다. 대장암 수술 방법은 크게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최근 활용 범위가 점점 늘고 있는 로봇수술로 나뉜다. 복강경수술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시행되는 수술 방법으로, 개복수술보다 상처가 작고, 수술할 때 주위의 장기 손상이 적기 때문에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수술은 주로 신경이 많이 분포해 있고 주변에 중요한 구조물이 있는 직장암에서 시행되는데,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보다 더 정교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장암으로 의심할 만한 배변 활동의 변화
- 먹는 음식의 변화나 운동, 약물 복용, 다이어트 등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변 보기가
힘들고 대변보는 횟수가 갑자기 줄었다.
- 최근 들어 잦은 설사 또는 변비가 생겼다.
- 배변 뒤 잔변감이 느껴진다.
- 검붉은색을 띠는 혈변을 봤다.
- 참기 힘든 심한 악취가 난다.
- 끈적한 점액변을 봤다.
- 예전보다 변이 가늘어졌다.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
- 50세 이상 : 대장암 용종 역시 노화 과정이므로 연령과 관련
- 육식을 즐기는 경우 : 식이섬유 없는 육류는 독성물질 분비 촉진
-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사람 :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데는
5~10년이 걸리고 정기검진으로 발견이 용이한 암종이므로 검진이 중요
- 음주와 흡연을 하는 사람
- 가족력
대장암, 그것이 알고 싶다
Q. 변비가 심하면 대장암에 걸린다?
A. 평소보다 변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우, 배변 횟수와 대변 양의 감소 또는 대변을 보고 난 뒤에도 시원하지 않고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는 증상 등 불편감이 동반될 경우 변비라고 합니다. 변비가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대장암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변이 대장 내에 오래 머무르면 대장의 주된 기능인 수분 흡수를 더 많이 해 대변이 딱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변비는 단순히 대변을 보기 힘든 증상일 뿐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장암을 변비라고 오인할 수는 있습니다. 보통 대장암 환자들은 변비와 함께 다른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변 굵기가 갑자기 가늘어지거나 배변 시 출혈이 동반되기도 하며,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으니 6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젊은 나이지만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치질을 방치하면 대장암에 걸린다?
A. 치질과 암은 전혀 다른 질환이며, 치질을 치료하지 않았다고 직장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질의 증상인 배변 시 출혈과 간혹 종괴처럼 느껴지는 점막 탈출이 직장암 증상과 비슷해서 혼란을 일으킬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치질이라고 생각했다가 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질이 암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치질로 여겨지는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Q. 관장을 자주 하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A. 관장을 자주 하면 대장암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약 물을 이용한 관장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또 관장약을 사용하더라도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관장은 직장의 배변 능력을 떨어뜨리거나 변실금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 암이 아닌 용종은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A. 용종은 장의 점막 표면보다 돌출된 모든 혹을 말하며, 종양성 용종과 비종양성 용종으로 나뉩니다. 과형성 용종, 유년성 용종, 염증성 용종 등 비종양성 용종은 거의 대부분 대장암과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종양성 용종, 즉 양성종양인 선종인데 시간이 지나면 악성종양인 대장암으로 진행됩니다. 종양성 용종은 크기가 1cm 이상인 경우, 융모성 용종인 경우, 이형성의 정도가 심할수록 악성종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위험합니다. 대장내시경에서 용종을 발견한 경우 대장내시경 소견만으로는 종양성 용종과 비종양성 용종을 정확히 구별할 수 없으며, 조직검사를 통해서만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Q. 대장암은 수술하면 더 퍼진다?
A. 수술이 대장암을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대장암은 수술을 해야만 완치될 수 있으므로 수술을 피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전이가 아주 심해서 환자의 전신상태가 극도로 나쁜 경우 장이 막히는 등의 증상으로 환자가 수술 부담을 극복하지 못해 나쁜 경과를 보일 수는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술이 암을 자극해서 환자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대장암은 완치될 수 있는 병이고 완치는 수술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대장암 예방 수칙 10
- 총칼로리 섭취량 중 지방 비율은 30% 이하로 유지
- 채소, 과일, 곡류 등 식이섬유를 하루 18~30g 섭취
- 붉은색 육류와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담백한 가금류, 생선, 두부 섭취
- 요구르트 등 발효된 유제품 충분히 섭취
- 물은 하루 1.5L 이상 마시기
- 음식은 싱겁게 먹기
-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조미료, 훈제식품 자제
- 적당한 체중 유지
- 음주, 흡연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
- 50세 이후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
(가족력 있으면 40세부터)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장암, 직장암, 크론병,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을 전문 분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