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암은 60세 이후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최근 전 세계 암 발생 평균연령은 약 65세로 보고되었다. 그래서 암은 보편적으로 중년기 이후의 노년기에 주의해야 할 질병으로 여겨졌고, 기존의 암 발생 인자를 규명하는 수많은 연구와 암 예방 프로그램 대다수가 중년기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암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이제는 암을 노인의 병이라고 할 수 없게 됐다.
글 오지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장암, 유방암, 부인암, 신장암, 전립선암, 육종, 악성 흑생종, 신약치료 기타 고형암 등을 전문 분야로 진료하고 있다.
50세 미만 성인에서 발생하는 암을 ‘조기 발병 암(early-onset cancer)’이라고 하는데, 이는 여전히 흔하지 않은 질병이고 전체 인구 중 작은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발생률이 숫자상 약간 증가한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를 떠올릴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4대 사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순이다. 이는 전체 사망원인의 53%를 차지한다. 암은 1983년부터 사망원인 통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연간 25만 5,000여 명에 이르는 신규 암 환자가 발생했고, 8만 2,000여 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전체 암 발생 순위는 갑상선암(12%), 폐암(11.8%), 위암(11.6%), 대장암(11.4%), 유방암(9.8%), 전립선암(6.6%), 간암(6.1%) 순이다.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은 81세, 여자는 87세이며 이 기대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남자는 5명 중 2명이, 여자는 3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기 발병 암의 추세와 발병 원인
하버드 의과대학 브리검 여성병원의 오기노(Ogino)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44개국의 암 등록 기록을 이용하여 ‘조기 발병 암’의 추세, 원인,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를 2022년 ‘네이처 리뷰 클리니컬 온콜로지(Nature review clinical onc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점은 50세 미만에서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간암, 췌장암, 신장암, 갑상선암 등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오기노(Ogino) 교수는 ‘조기 발병 암’ 발생률의 증가는 단순히 유전적 요인 혹은 예전보다 이른 나이의 건강검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교대근무와 수면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서구화된 식단, 고도로 가공된 식품, 생활 방식, 개인이 놓인 환경 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포화지방이나 당이 많은 식단의 증가, 설탕이 든 음료 섭취, 모유 수유율 감소, 분유 소비량 증가, 알코올 소비량 증가, 간접흡연, 밤 시간대 조명으로 인한 아동 수면 감소, 비만과 당뇨병 등 암 유발 인자와 좌식 생활 방식 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암 위험 요소들이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환경 노출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 위험 인자들의 노출이 증가하여, 축적된 세포의 변화가 많을수록,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조기 발병 암’이 증가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한다. 또 연구한 14개 암 중 8개 암이 소화기계통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장내 박테리아(microbiome)와 식단이 ‘조기 발병 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들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 ‘조기 발병 암’ 증가,
세계 1위 대장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단 6년만에 20~49세의 암 발병률이 9.5% 증가했고 특히 30세 미만에서는 암 발병이 큰 폭(26%)으로 증가했다. 그중 직장암은 20대 남성과 여성에서 각각 107.0%, 142.4%, 30대 남성과 여성에서 각각 71.2%, 72.1% 증가했다. 50세 미만의 대장암 발병률 증가가 미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일본은 평균적으로 한 해 2% 증가한 반면 한국과 에콰도르는 5%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또 우리나라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 수준으로, 조사 대상 44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
50세 미만인 젊은 대장암 환자들의 예후는 50세 이상의 대장암 환자들에 비해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50세 미만에 발병한다고 해서 50세 이후 발병한 대장암보다 더 공격적인 암은 아니다. 그보다는 젊은 대장암 환자들의 ‘진단 지연’이 예후를 나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가암검진에서는 50세부터 대장암 검진을 권고하지만 내시경이 아닌 분별잠혈반응검사(대변 속에 혈액이 나오는지 조사하는 검사)를 우선하고 있다.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50세 미만의 성인은 대부분 증상이 발생한 뒤 진단되므로 암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예후가 좋지 않고, 자주 재발하며, 사망 위험도 높은 편이다. 2016년 미국외과저널에 따르면,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첫 진료를 보기까지 50세 이하 대장암 환자는 평균 217일이 소요된 반면 50세 이상은 평균 30일이 소요됐다. 이에따라 미국 예방정책국특별위원회(United State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는 대장암 검진 시작 나이를 50세에서 45세로 낮추기로 했다.
‘조기 발병 암’ 환자가 겪는 또 다른 문제
‘조기 발병 암’을 극복한 환자들은 여전히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암 이외의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생존자들은 높은 불임률, 우울증, 심혈관질환 및 2차 암 발병의 위험도, 장기적인 심리적 고통, 재정적 부담과 삶의 질 저하를 겪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발병 암’의 원인과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무척이나 시급하고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기 발병 암’은 세계적 추이와 마찬가지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증가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급격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발병 암’에 대한 인식, 연구, 예방 프로그램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국가암검진 대상자 나이를 낮추고, 적극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조기 발병 암’은 지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래엔 더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 어린 세대가 점점 더 자주, 광범위하게 위험요인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의료 전문가, 공중보건 종사자, 사회경제 전문가, 정책 입안자 등 모두가 암의 조기 발병률 증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하고, ‘조기 발병 암’의 원인·기전·예후 및 예방과 생존자 관리 등에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더욱이 생애 초기부터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해야 한다.
연령에 관계없이 경각심을 갖고, ▲간접흡연을 포함한 금연 ▲금주 ▲고도 가공 식품, 동물성 지방, 디저트 및 과도한 붉은 고기가 풍부한 서양식 식단 지양 ▲균형 잡힌 영양가 있는 음식과 음료 섭취 ▲설탕 섭취 자제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규칙적인 일정으로 숙면을 취하려고 노력하고, 밤에 밝은 빛을 피하기 ▲야근 최대한 자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및 B형간염바이러스(hepatitis B virus, HBV)와 같은 암 유발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 받기 같은, 암 예방 활동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