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명실상부한 정형외과의
4차 병원을 꿈꾸며

예손병원

경기도 부천에 자리한 예손병원은 4기 연속 보건복지부지정 전문병원이다. 2005년 서울대 의대 출신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2명이 의기투합해 의원으로 개원한 이래현재 전문의 32명과 직원 340명, 180병상을 운영하는 관절·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정형외과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근골격계 진료의 기준을 만들어가고자 했던 초심이 뿌리를 내렸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환자가 언제든지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

병원 이름 ‘예손’에는 항상 켜져 있다는 ‘yes-on’과 ‘예쁜 손’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수부외상 환자는 언제든지 이 병원에 오면 치료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예손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수부응급환자를 위한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수술을 바로 시행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이 같은 시스템 덕분에 예손병원은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절단 및 응급외상 환자의 전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수지접합 분야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손병원은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8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에서도 유일하다. 수지접합은 풍부한 임상경험과 노련함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분야다 보니 지원하는 의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어렵게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를 8명이나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수지접합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김진호 병원장의 남다른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수부외상은 생사를 좌우하는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기능적인 문제로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가락 절단이나 골절은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외상 부위 조직이 괴사하거나 손상이 커질 위험이 높지만 생명이 위중한 환자들에게 밀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김진호 병원장은 환자가 오면 언제든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를 주축으로 병원을 꾸렸고, 마취통 증의학과 전문의, 수술 간호사가 응급수술을 위해 항시 대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족부, 척추, 관절 분야로 확대해 각 의료진이 본인이 전문으로 하 는 세분화된 진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더욱 전문성을 높인 예손병원만의 체계를 잡아갔다. 대학병원 외의 일반병원에서 정형외과 분야를 세분화한 병원은 많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자부심 또한 크다.

근골격계 치료에서 기준이 되는 병원

예손병원이 개원 초기부터 내건 슬로건이 ‘근골격계 진료의 기준이 되는 병원’이었고,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근골격계 응급진료 및 수술의 표준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예손병원을 찾은 환자는 167,530명, 수술 건수는 8,445례에 달한다. 이 중 부천 지역 환자는 37.5%이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들이니 예손병원은 전국에서 환자가 찾는 근골격계 진료의 기준이 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할만하다.

예손병원의 강점은 의료진 간 협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정형외과·신경외과 의료진 24명, 수부외과 8명, 척추 6명, 무릎·어깨 담당 8명, 족부 전문의 2명이 근골격계의 세분화와 협진을 담당하고 있고, 내과 2명, 영상의학과 2명, 신경과 1명이 정확한 진단과 수술 전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으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4명이 안전한 수술을 책임진다.

여기에 더해 수술 후 재활을 위해 재활의학과 전문의까지 협진하고 있어 수술 전 치료부터 수술 후 재활까지 원스톱 진료가 가능하다. 상급종합병원보다 선도적으로 첨단 의료 장비를 도입해온 예손병원은 최근 다인용 고압산소챔버를 설치했다. 이 장비는 2~3기압이 가해진 챔버 안에서 환자에게 100% 고농도 산소를 투여해 손 상된 조직을 치료하거나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밖에도 MAKO 인공관절 수술 로봇, 혈류검사기, 3.0T MRI를 비롯해 클린룸 수술장 9개를 갖추고 전 병동에 간호 간병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예손병원은 매일 아침 7시 50분 전문의들이 모여 콘퍼런스를 열어 환자 케이스를 연구하고 공유하며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또 의료진은 분야별 학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등 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관절 분야의 김희중 교수, 수부외과 백구현 교수, 피판술로 명성 높은 이재훈 교수 등 우수한 의료 인력을 영입하는 일에도 공을 들였다. 이를 토대로 정형외과 분야에서만큼은 어떤 환자도 진료할 수 있는 최고의 병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4기 연속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 가지는 책임감

예손병원은 2008년 전문병원이 시범기관으로 시작할 때부터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1기에는 수지접합 전문병원, 2기부터 4기까지 관절·수지 접합 전문병원으로 연속 지정되었는데, 특히 지난 2기에는 전국 최초로 관절·수지접합 전문병원을 동시에 지정받기도 했다.

“전문병원제도는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중소 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막고 전 국민의 의료비 절감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문병원에 대한 현 지원책으로는 중소병원들의 진입을 유도하기엔 부족합니다.”

예손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응급의료기관으로 등록될 수 없어서 실제로 야간 진료, 휴일 진료, 응급수술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김진호 병원장은 전문병원들 가운데 화상·분만·소아·주산기·알코올 부문은 야간진료와 야간 응급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지원책은 없다며, 병원급 중 필수 야간 응급을 담당하는 분야에 대한 기관별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라 강조했다. 또 응급의료체계에 전문병원과 권역응급센터의 협력 방안을 도입한다면 필수 응급의료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호 병원장은 전문병원 지정 이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보상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서 더 많은 중소병원이 진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손병원은 ‘근골격계 진료의 기준이 되는 병원’이라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17년 동안 노력해오다 보니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와 수 부 세부전문의들의 피로도가 축적된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분이 국가가 할 일을 왜 예손병원이 하느라고 노심초사하느냐는 말씀을 농담 삼아 하시지만, 그간 믿고 맡겨주신 환자들과 지역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문의들의 역량을 더 강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전임의 제도를 도입하고 해외 병원, 학회들과 교류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근골격계 병원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