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려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람은 병을 만들기도 하지만, 스스로 고치기도 합니다.
몸은 정직합니다. 이유 없이 ‘증상’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다. 이 신호를 계속 무시하면 병이 들지만,
귀를 잘 기울여 생활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가슴 두근거림과 간혹 열감이 생기는 증상으로 진료실을 방문한 72세 환자가 있습니다. 2004년부터 폐에 작은 양성결절, 즉 혹(5mm 이하)이 있어 1~2년마다 한 번씩 저선량 폐CT 촬영을 하는 분입니다. 검사할 때마다 조금씩 혹이 커지거나 새로운 병변이 생기곤 했습니다. 2019년 초 진료실을 찾았을 무렵, 식사는 아침에 채소 위주의 샐러드, 점심엔 카레라이스 1/3 공기 정도, 저녁은 밥 반 공기에 마른반찬 등을 섭취하고, 저녁 간식으로 블루베리와 요구르트를 조금 드신다고 했습니다. 하루 섭취 열량은 1,000~1,200kcal 정도였습니다.
반면 운동은 50대 후반부터 수영 주 3회 1시간씩, 3년 전부터는 매일 스트레칭 30~40분, 근력운동 40분, 유산소운동으로 러닝 30분, 스테퍼 10분, 자전거 타기 20분 정도로, 주 3회 격렬한 운동을 2시간 30분씩 하고 있었습니다. 이 분의 감정상태는 걱정이 끊이지 않고, 쉽게 짜증을 내며, 잠을 제대로 못자고, 몸이 저리거나 어지럽고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기력도 없고 일이나 활동에 흥미를 잃는 순간이 점점 늘었고, 움직임도 둔해지고, 식욕도 떨어져 체중이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몸과 마음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니, 불안과 우울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분은 검사할 때가 아직 안 됐지만 폐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당분간 운동은 걷기 30분 정도로 줄이고, 평범한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하시라고 권유했지만, 불안해하며 쉽게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
단순히 건강검진이나 검사만으로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검진주기보다 좀 더 앞당겨 검사하길 원하는 사람 중에는 과음, 흡연 등 몸에 해가 되는 행동을 자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음식 섭취량이 적어 순간의 체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몸에서 스트레스 시스템이 작동하고 온몸에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몸에서 자꾸 신호를 보내니 불안해진 환자들은 검사를 원하게 됩니다. 검사 결과 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며칠 동안은 편안해하지만 계속되는 증상 때문에 다시 불안해지면 또 검사를 하려고 내원하곤 합니다.
검사로는 질병을 100% 발견할 수도 없을뿐더러 일부 검사는 방사선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검사를 하자고 하면 어떤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결국 이런 분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 영양, 주변 환경 등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몸이 자꾸 신호를 보내는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안과 초조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몸 전체를 관할하는 것은 바로 감정이기 때문에 불안 초조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환자의 온몸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근육도 경직되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병을 고치는 것은 결국 자신
검진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줄 수 있지만, 아무리 검사를 해도 질병 발생의 70~80% 정도 관여하는 생활습관에 따른 원인을 교정하지 않는 한 질병을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또 검사를 해도 나오지 않는 증상, 흔히 말하는 ‘의학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증상(medically unexplained symptom)’은 스스로 몸에 적절한 생활습관을 적용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므로, 의사는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진단해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결국 환자가 달라져야 증상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병은 환자가 만들고 결국 고치는 것도 환자’라는 말을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진료실에서 한 번 울고 난 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무거나(환자분께서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 는 고열량 식품) 먹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몸은 몸에 필요한 것을 해주었을 때와 해로운 것을 해주었을 때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아무리 명의라고 해도 환자의 증상을 대신 느낄 수는 없겠지요. 우리 몸은 우리가 몸에 어떤 일을 했는지 증상으로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생활습관 교정을 기반으로 예방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생활습관의 변화를 권유합니다.
의사는 병이나 증상이 생겼을 때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경우에 따라 약이나 수술로 고치지만, 질병을 완치하는 것은 오롯이 환자의 몫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평생 불안하게 보낼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생활습관을 바꿔볼 것인가, 선택은 환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조금만 자신의 몸에 친절하게 귀 기울이면 건강하게 사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환경역학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와 대한노화방지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