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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와 관상동맥질환

혈액을 통해 온몸에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심장 표면의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관상동맥은 심장이 움직일 때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통틀어 관상동맥질환이라고 한다.

김신재 울산대학교병원
심혈관센터장·심장내과 교수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지면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서 겪었던 일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새벽 운동을 갔던 40대 후반의 가장이 갑자기 산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응급실로 실려왔으나 이미 환자의 숨은 멈춘 상태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병원으로 황급히 달려온 환자의 아내와 10살 된 초등학생 딸의 눈물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돌연사는 발병한 지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원인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80% 정도는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과 같은 악성 심실성부정맥이 원인이다.

돌연사의 원인 심근경색

돌연사의 대표적인 원인인 심근경색증은 급성기 사망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높아서 초기 대처가 중요한 질환이다. 가슴 한복판에 찌르는 듯하거나 조이는 듯한 통증이 수분 동안 지속되면서 이 통증이 턱이나 어깨, 팔로 전파되는 경우에는 빠른 시간 내에 응급실에 와야 한다. 응급실에 올 때는 자가용을 이용하지 말고 119에 전화하여 응급처치와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타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앰뷸런스 내에는 심실성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정상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세동기가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응급실 내원 수단을 살펴보면 119 구급차 이용 비율이 낮은 지역도 있어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해 보인다.

병원에 도착하면 먼저 심전도검사, 심장효소검사, 심장초음파검사 등을 진행하고, 검사상 심근경색증일 가능성이 높으면 응급으로 관상동맥조영술을 실시한다. 심근경색증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시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수술 등이 있다.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시술은 좁아진 관상동맥에 풍선을 넣어 혈관을 확장한 후 스텐트를 혈관에 고정하는 것을 말하고, 관상동맥우회수술은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한 경우에 다른 부위의 혈관을 채취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원인인 죽상경화증을 막아라!

관상동맥질환이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만큼 그 원인을 알고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상동맥질환은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지방성 물질이 혈관벽에 쌓여 생기는 죽상경화증이 원인이다. 이를 유발할 위험이 많은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과음 등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담배를 끊고, 술을 절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관리 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 중 30%는 자신이 고혈압 환자임을 모르고 있고 고혈압 환자 중 50%만이 목표혈압 이하로 혈압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를 하여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200mg/dL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혈당을 체크하여 당뇨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한다. 일반인에 비해 심근경색증 발생 빈도가 남성은 2~3배, 여성은 6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꼭 알아두어야 할 응급조치

돌연사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한 가지는 응급조치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장이 멈추게 되면 뇌에 피가 공급되지 못해 설사 심장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뇌기능이 마비된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갑자기 쓰러진 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의식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의식이 없고 맥박이 만져지지 않으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여 119를 먼저 부르고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가슴압박을 할 때는 환자의 젖꼭지를 이은 선과 정중앙이 만나는 지점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최소 분당 100회 이상, 최소 5cm 이상의 깊이로 압박해야 한다. 최소 30회의 가슴압박을 한 이후에는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든 후 심정지 환자의 가슴이 부풀어 올라오는 정도로 호흡을 2회 불어넣는다. 만약 적절한 호흡 방법을 알지 못하거나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119가 도착하기까지 초기 2~4분간은 가슴압박만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슴압박 30회, 호흡 2회 과정을 5회 반복한 이후 자발순환이 돌아왔는지 확인한다. 무엇보다 되도록 빨리 제세동기를 부착하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은 공항이나 역, 시내 곳곳에 자동제세동기(AED)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를 가져와 AED의 지시에 따라 제세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심폐소생술 방법을 미리 숙지해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 의심 증상이
발생했을 때 응급조치

• 되도록 움직이지 않는다.

• 혀 밑에 넣거나 뿌리는 니트로글리세린이 있으면 즉시 사용한다.

• 직접 운전은 삼가고 119를 불러서 병원 응급실로 간다.

• 약국, 한의원, 개인병원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 발병 6시간 이내에 병원에 가야 심장 괴사를 줄일 수 있고, 발병 12시간 이내에 병원에 가야 심근을 성공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심근경색증 경험자의 생활습관 관리

•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

• 바른 식습관 실천

-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은 1주일에 3회 이하로 섭취를 제한한다(달걀, 생선, 육류의 내장, 새우, 장어 등).

- 식물성기름을 사용한다.

- 소금 섭취량은 1일 5g 이하로 제한한다.

- 신선한 채소, 과일, 잡곡, 현미 등 섬유소가 풍부한 식사를 한다.

- 음식은 소량씩 자주 먹는다.

- 카페인은 심장에 자극을 주므로 제한한다.

• 규칙적인 운동과 표준체중 유지

- 운동 전 3분 동안 준비운동을 한다.

- 한 번에 30분 이상, 1주일에 3일 이상 운동한다.

- 산책, 조깅,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한다.

• 심장재활 프로그램 참여

- 상담, 영양, 운동 등의 종합적인 프로그램

- 시술과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 생활습관 개선과 자가관리 방법 안내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심혈관센터장을 맡고 있다. 심부전증, 심장판막증, 고혈압, 고지혈증, 심근병증, 폐동맥고혈압, 선천성심질환을 전문 분야로 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