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

의료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준
‘골든 시니어’

이종철 원장

이종철 원장은 의료계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지만, 더 많은 사람이 누려야 할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그의 노력과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원장은 비급여의 건전한 사보험화, 공공의료 확대를 이루고,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기법이 진료와 병원 운영에 도입돼 의료 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편집실 / 사진 송인호

환자 중심의 친절한 병원을 꿈꾸다

이종철 원장은 1977년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시작으로 1988년 한양대의대교수를 거쳐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서울병원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삼성의료원장을 역임했다. 이어 성균관대 의무부총장을 지낸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Bloomberg 보건대학원 보건의료정책·관리학과 방문학자로 활동하다가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18년부터 4년간 창원보건소장으로 일하며 공공의료 활성화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2022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하는 영예를 안았다.

몸이 허약하고 특히 속이 좋지 않아 늘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내과의사가 될 결심을 했다는 그는 소화관운동학 연구에 매진하는 대학교수로 지내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삼성과의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한 이래 진료과장, 기획실장, 진료부원장 등을 두루 거쳤고, 2000년 삼성서울병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환자 중심의 병원’을 모토로 고객 중심의 병원 경영을 실천해왔다. 이같은 선진국형 모델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접목하고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의료계에서는 처음으로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0년간 행정을 하면서 ‘정말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병원 문턱이 높았던 시절이어서 의사가 환자보다 상당히 우월적인 위치에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잘못된 의료문화를 개선하고, 환자 중심의 친절한 병원을 만들어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병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혁신의 시작으로 그는 촌지, 기다림, 보호자 없는 ‘3無 병원’을 정착시켰고, 암센터, 심장혈관센터 등 센터 중심의 진료체제를 추진했다. 환자들이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협진을 활성화해 최선의 치료를 하자는 취지였다. 국내 암센터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삼성암센터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이 원장은 환자에게 친절한 병원이란,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해서 만족할 만한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의 열정 어린 노력 덕분에 삼성서울병원은 많은 환자가 믿고 찾는 병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아울러 병원경영지표도 상향곡선을 그리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비급여의 건전한 사보험화에 대한 생각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점과 가장 아쉬운 점이 삼성에 들어간 일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삼성에서 나를 어떻게 알고 같이 일하자고 제의하고, 이건희 회장의 주치의가 되었는지. 성균관대학의대를 연구 실적이 우수한 대학으로 성장시키고, 삼성서울병원을 환자들이 선호하는 병원으로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고 뿌듯한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일에 너무 매진하느라 내과의사로서 임상을 소홀히 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요.”

병원에 몸담아 일해온 동안 의료계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럴수록 이종철 원장의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환자는 많은데 병원은 왜 돈을 못 버는가’ 하는 문제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환자가 많은데 왜 병원은 늘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지, 참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도 뭔가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국에 가서 본격적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종철 원장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우리나라에 건강보험이 도입되면서 환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에 비해 수가가 너무 낮아 병원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인구 노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어서 조만간 더 많은 사람이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며 환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건강보험 재정으로는 충당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염려했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굉장히 좋은 모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지금처럼 비급여를 다 없애고 있는 상황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개인의 건강수명은 짧아지고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게 늘어날 텐데 국가가 이를 다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올거라 봅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더 내서 좋은 진료를 받고, 돈이 없는 사람은 국가에서 보호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봐요.”

이종철 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료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전반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나서서 정책을 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공공의료 확대를 기대하며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러다 보니 빈부격차가 심해져 지난해 기준 건강수명 격차가 11년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임에도 전체 의료분야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종철 원장은 공공의료가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해결할 방법조차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공공의료에 관심을 가지고 다방면으로 연구를 하던 그가 가능성을 본 것이 보건소였다. 정년을 훌쩍 넘긴 이종철 원장이 창원보건소장으로 간 이유이기도 하다.

이종철 원장이 그동안 쌓아온 풍부한 의료 경험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빛을 발했다. 다른 지자체에서 시도하지 않은 선진 의료시스템을 도입해 보건소기능을 조정하고 인 력을 배 치해 적극적으로 감염원을 추적하고 선제검사를 실시하는 등 감염병이 지역에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또 지역 공공보건의료 체계 확충에도 나서 치매안심마을을 지정하고, 마산치매안심센터를 건립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이밖에도 건강증진사업을 통한 지역주민 건강관리, 창원시 보건의료정책 로드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는 등 그의 표현대로 ‘여한 없이’ 많은 일을 했고 올 1월, 보건소장 퇴임식을 끝으로 진정한 정년을 맞았다.

“창원보건소에서 있으면서 개원가 의사와 보건소 간호 인력이 협업을 하니 놀라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치매를 비롯해 거동이 불편해 돌봄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게는 공공의료가 절실합니다. 보건소 간호인력과 동네 주치의가 협업하는 원격진료 시스템이 도입되면 더 많은 분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모델이 창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자체에도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이종철 원장의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도 공공의료에 스마트 헬스케어를 도입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가운데, 기회가 닿는 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