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건강이
노후 건강
누구나 건강하게 살면서 천수를 누리다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모든 질병이 삶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은 회복 이후에도 평생 후유장애를 남긴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힘들게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피하고 싶은 질환이다. 뇌혈관 건강의 중요성과 뇌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 뇌졸중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글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 왜 생길까?
뇌졸중(腦卒中, Stroke)은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뇌가 갑자기 중풍을 맞았다’는 의미이다. 뇌에 산소와 포도당을 포함한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통로인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조직에 손상이 온다. 이로 인해서 반신마비, 언어장애, 의식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이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되면서 피가 나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졸중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나 위험 요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크고 작은 뇌혈관에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병이 들게 되면서 발생한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심장에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원인이 되어 심장 내에 혈액이 정체돼 혈전 덩어리가 생길 수 있고, 이러한 혈전 덩어리가 뇌혈관을 막아서 발생하기도 한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벽이 얇아져 있는 뇌동맥류가 다양한 요인에 의해 파열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뇌경색이 85%로 뇌출혈보다 훨씬 흔하다. 국내에서는 한 해 약 10만 5,000여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평균적으로 5분에 한 명씩 뇌졸중 환자가 생기며 20분에 한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뇌졸중의 주요 증상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뇌졸중은 갑자기 뒷목을 잡고 통증을 호소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뇌졸중의 증상은 뇌가 담당하는 위치에 따라 특징적인 증상이 발생한다. 왼쪽 뇌는 오른쪽 팔다리의 움직임을 관장하고 말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부위가 손상되면 신체 우측 마비와 발음장애, 언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오른쪽 뇌는 왼쪽 팔다리 운동 기능과 공간을 인식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 부위가 손상되면 왼쪽 팔다리 마비, 공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앞쪽 뇌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사람의 성격이나 의지,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부위가 손상이 되면 공격적인 행동이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의지나 기획력이 떨어지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뒤쪽 뇌는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 부위가 손상되면 한쪽 시야 장애가 동반되거나 눈으로 보는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왜곡되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머리 뒤쪽 아래에 위치한 소뇌와 소뇌 앞에 있는 뇌줄기에 문제가 생기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과 함께 술에 취한 것처럼 균형이 잡히지 않게 된다. 발음이 어눌하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에는 의식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뇌경색이 크게 발생하거나 뇌출혈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뇌부종과 함께 뇌압이 상승하면서 의식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현상은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 후유장애를 남기므로 의심되는 경우 최대한 빨리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에 따라 다른 치료 방법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막힌 혈관을 신속하게 재개통해주는 재관류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재관류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큰 뇌혈관이 막혀 있으면서 혈류가 많이 감소되어 있어서 그대로 둘 경우 뇌손상이 많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경우, 시간이 얼마 경과하지 않아 회복 불가능한 뇌손상이 심하지 않은 상태여야 재관류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재관류 치료는 정맥 혈관을 통해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과 동맥 혈관을 통해 직접 막힌 뇌혈관으로 접근해서 스텐트나 흡인 기구를 이용해서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로 나뉜다. 국내 자료에 따르면 재관류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전체 뇌경색의 18% 정도이다. 재관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나머지 경우에서도 급성기에는 뇌경색이 재발하거나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약물 치료와 안정 치료가 필요하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즉 뇌동맥류나 혈관 기형에서 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출혈부위를 막아주는 시술이나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이 원인으로 미세한 뇌혈관이 파열돼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혈압을 낮추는 치료와 함께 지혈을 도와주는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된다. 일부 출혈량이 많은 경우에는 뇌부종으로 인해 뇌압이 상승해 뇌손상이 악화될 수 있다. 뇌손상을 줄이기 위해 뇌부종을 가라앉히는 약물 치료와 함께 뇌 안에 고여 있는 혈액을 뽑아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뇌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때가 지난 후에는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늦다. 뇌졸중은 어느 한순간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고 또 한순간 잘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병도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나 위험 요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뇌혈관을 병들게 하고 이러한 손상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평상시에 꾸준하게 위험 요인들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혈관을 병들게 하는 위험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는데,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음주이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위험 요인들이 있는 경우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해서 평소에 꾸준하게 잘 관리해야 한다.
흡연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술도 통상적으로 한두 잔은 약이라고 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뇌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한 방울이라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역시 뇌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에 좋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은 누구나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잘 섭취하기가 쉽지 않다.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생선이나 견과류, 올리브유 같은 음식, 과일이나 채소, 콩류 등과 같은 식물성 기반 식품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곡물류(현미, 통밀), 저지방 우유 등은 혈관 건강에 좋은 음식들이다. 반면 동물성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적색육이나 포화지방을 많이 함유한 햄버거나 튀김류, 과자나 빵, 케이크와 같은 단순 당류, 유가당 음료나 술은 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짠 음식은 혈압을 높여 뇌혈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하루 권장 소금 섭취량은 5g 미만으로 찻숟가락 한 스푼에 해당하는 양이다.
운동도 중요하다. 큰 보폭으로 걷기나 뛰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운동과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웨이트트레이닝과 같은 근력운동 및 무산소운동이 도움이 된다. 적절한 운동은 몸에 있는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과 간에서 포도당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적절한 당 대사에도 도움이 된다. 또 혈관 내부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 제거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운동은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안지오텐신 2(angiontensin II), 엔도셀린 1(endothelin-1)과 같은 혈관 수축성 물질을 줄이고 프로스타글란딘, 산화질소 등 혈관 확장 효과 및 뇌신경 보호 효과를 가진 물질을 증가시키는 좋은 역할을 한다.
건강한 성인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균형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중등도 및 고강도의 유산소운동을 적어도 주 3~4회 이상, 지속 시간은 40분 정도로 하도록 권고한다. 중등도는 땀이 나거나 심박수가 증가할 정도의 강도로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 해당하는 활동이고, 고강도는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의미한다.
뇌혈관이 건강하지 못한 환자들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혈압 상승과 같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리한 근육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고, 유산소운동을 적은 양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증량하는 것이 좋다.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뇌혈관질환 재발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3분 정도의 제자리걸음이나 가벼운 스쿼트, 발앞꿈치로 까치발 서기를 통한 종아리 올리기 운동과 같은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을 권고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 신경계 중환자, 편두통 환자의 내과적인 치료와 함께 뇌혈관 스텐트 성형술, 응급혈전제거술 등 신경중재술을 시행해 환자들의 치료와 예방 관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