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
사람뿐 아니라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자연으로 되돌아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오고 씨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겨울나무가 되듯 우리 몸도 나이를 먹으면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를 의학적으로 ‘노화’라고 하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생명체의 각 장기 기능 혹은 그것들을 통합하는 기능이 저하되고, 개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정의합니다.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어떻게 살아야 오래도록 젊음의 활력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요?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를 지니고, 특정 환경 속에서 먹고 움직이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강검진을 위해 진료실을 방문했던 85세 어머니와 50대 초반 딸들의 건강상태를 비교하면서 건강 노화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체구가 자그마한 85세 어머니는 나이에 비해 혈액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암 검사에서 그 흔한 양성 혹조차 없었습니다. 반면 큰딸은 갑상선과 폐에 양성 혹이 있었고, 영양불균형 소견이 보였습니다. 둘째 딸은 과체중에 ‘대사증후군’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딸 모두 돌연변이가 아니라면,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태어났지만, 건강상태가 부모님과 다른 이유는 약 50년 동안 살아온 두 분의 생활습관 탓이라 할 수 있겠지요.
85세 어머니는 타고난 체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젊어서부터 스스로 몸 상태에 맞게 규칙적으로 가리는 음식없이 세끼 식사와 간식을 챙겨 드셨고, 거의 매일 산책을 하고,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쉬었습니다.
부모님의 생활은 전형적인 ‘모범생형’이라 할 만큼 규칙적이었습니다. 반면 큰딸은 제때 식사를 못 하고, 종교 생활, 집안일로 영양섭취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 항상 피곤하며 잦은 요로감염으로 고생한다고 했습니다. 둘째 딸은 배고프지 않으면 가볍게 식사하거나 거르고, 잘 움직이지 않는 편이어서 나이 들며 많이 먹는 것 같지 않은데 지속해서 체중이 증가한다고 했습니다.
과거보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진단과 치료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함에 따라 불치병으로 여겼던 암도 60% 이상 완치되는 상황에서 부모의 건강상태가 적어도 자식에게 그대로 유전되거나 향상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이분들처럼 자식 세대의 체력이 약해지고, 질병 위험이 더 커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 해답을 찾자면 우리 몸이 생존하도록 만들어진 기본을 처음부터 되짚어보아야 합니다.
감정과 운동, 영양의 밸런스
인체의 작동 원리를 간단하게 보면, 호흡기를 통해 깨끗한 공기를 들여와 혈관을 통해 각 장기에 필요한 물질이 전달되고, 장기에서 노폐물이 배출되면 각각의 장기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몸은 섭취한 영양분을 뼈와 지방, 근육으로 저장해 몸을 지탱하고 비축한 에너지를 이용해 각 장기가 고유의 기능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살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 외부 환경 및 몸속 내부 건강상태에 따라 몸은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어 있지요. 이때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문제가 되겠지만, 장기에 질병은 딱히 없는데 두통, 소화장애,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이 있는 경우도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깨끗한 주변 환경에서 먹고, 움직이고, 감정 상태가 균형 잡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장기가 마모되지 않고 노화를 늦출 수 있습니다.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건강한 사람의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감정, 운동, 영양 순입니다. 반면 질병으로 현재 치료 중이거나 65세 이상 고령자인 경우는 영양이 우선되어야 몸을 움직일 수 있고, 감정도 편안해집니다.
하루쯤 먹지 않거나, 움직이지 않는다고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극심한 두려움, 분노와 같은 격한 감정 속에서는 호흡과 심장이 멎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점, 또 스스로 안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 감정 관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지요.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를 한번 생각해볼까요? 화가 나면 숨이 고르지 않고 맥박이 빨라져 가슴이 답답하고, 눈이 시큰거리거나 뻑뻑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판단 능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분노와 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온몸 혈관을 수축시키고, 근육을 경직시키며 혈액의 흐름을 막아 동맥경화와 장기노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좋은 일이 생기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옛말이 있듯이 긍정적인 생각은 온몸의 혈관을 열고 혈액 순환이 잘되게 해 노화를 늦추는 작용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우리 몸은 계산과 사고를 하고 몸의 모든 장기 기능을 통합하는 ‘뇌’와 몸에 필요한 것이 충족되는지에 따라 좋고 싫음을 표현하는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분노,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은 몸이 원하는 상태와 뇌가 계산하고 판단한 상태가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기게 되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즐겁게 웃을 수 있지만, 과로로 체력이 떨어져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몸 상태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뇌의 판단에 따라야 할 때 화가 치미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때는 휴식을 취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긍정적으로 마음을 바꾸고 현실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감정을 다스려야 건강할 수 있겠지요?
반면 치료 중인 환자나 노인은 특정 장기에 질병이 있거나, 장기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소화·흡수·대사 능력이 떨어져 있어 제때 규칙적인 식사로 에너지원이 적절히 공급되어야 몸을 움직일 수 있으므로 영양, 운동, 감정의 순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몸이 가볍고 상쾌한 경우도 있고, 특별히 걱정거리가 없는데도 몸이 무겁고 불쾌하거나 불안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감정’이 우리 몸 상태를 그대로 표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기력이 떨어지면 웃기 어려워지고 우울해지기 쉽듯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근본은 체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우울할 때는 먹고, 움직이고, 휴식하는 균형이 깨지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감정 상태에 귀 기울여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몸속 균형을 맞추는 방법
몸을 움직여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 수 있었던 때는 먹는 것이 부족해 영양이 질병과 노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일 움직이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현대인에게는 영양보다는 운동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운동은 혈액순환을 빠르게 해 힘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근육에 힘을 비축함으로써 몸을 지탱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지나치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장기 노화를 촉진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겠지요. 특히 건강 노화를 위해서는 혈관 건강에 가장 기본이 되는 근력운동과 유연성 운동(스트레칭)을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젊은 나이에는 더 무거운 것을 들어 근력을 향상하는 운동을 해야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훈련하듯 무거운 것을 드는 것보다는 가벼운 아령을 들더라도 매일 밥 먹듯이 근육을 쓰는 정도의 근력운동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영양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사람은 몸속 장기가 고유의 기능을 할 수 있을 만큼 먹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최근 영양에 관한 지식이 늘면서 적게 먹고, 운동은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 과일, 채소, 견과류와 같이 몸에 좋다는 음식만 선택적으로 먹거나, 기름진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 영양과잉 상태가 되는 등 운동과 영양의 불균형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아도 좋다는 음식을 먹으려 하고, 안 좋다는 음식을 무조건 피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우리 몸속 구조는 열이면 열 사람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어, 다른 사람에게 좋다는 음식이 내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자연과 사람은 오랜 시간 공생해왔으므로, 제철 음식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을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맹목적으로 먹기보다 될 수 있으면 자신에게 맞고 편안한 제철 음식을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내 활동량에 맞추어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영양 원칙입니다.
위 환자 예에서, 큰딸의 경우는 먹는 것보다 활동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상대적으로 많아 장기가 마모되면서 잦은 피로와 감염이 생겨 노화가 진행하는 상태이고, 둘째 딸은 불규칙하게 과식과 절식이 반복되고, 상대적으로 규칙적인 활동이 적어 불필요한 지방이 세포에 축적되며 장기 노화가 진행되는 상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85세 어머니처럼 피로하면 휴식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몸이 만들어진 대로 순리에 맞추어 사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현대인이 좀 더 장수할 수 있는 이유는 풍족한 음식, 지나치게 몸을 움직여 육체적으로 과로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환경, 의료 기술과 의학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 변화에 귀 기울이면서, 먹고, 움직이는 몸의 균형을 잘 맞추어준다면, 누구나 노화를 늦추고 자신의 기대수명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환경역학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와 대한노화방지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