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꾸준한 관리 필요!
고혈압약 바로 알기
오랜 기간 관리해야 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 고혈압이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으며, 가족력, 생활습관, 나이, 흡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혈압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만성신부전, 시력장애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반드시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는 단순히 혈압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조절하여 심뇌혈관질환의 발생이나 진행, 재발을 막는 것이 목표이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염분과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생선 위주로 구성한 건강한 식단을 실천해야 한다. 체중조절, 운동, 금연, 금주 같은 생활요법도 함께 시행 하면 혈압 조절 효과가 좋아서 고혈압 환자와 전 단계인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그렇지만 생활요법만으로는 목표혈압에 도달하기는 힘드니 약물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을 정상 혈압이라 하고, 140/90mmHg 이상은 고혈압, 그 사이는 고혈압 전 단계라고 한다. 혈압 수치, 가지고 있는 질환, 나이 등 위험 인자를 고려해 심뇌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해 치료 방법과 목표혈압을 결정한다. 일반적인 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이지만, 심뇌혈관질환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좀 더 엄격한 기준인 130/80mmHg 미만을 목표로 잡는 등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목표혈압이 달라진다.
일차 고혈압약의 종류와 특성
일차 고혈압약으로는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베타 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가 있는데, 환자가 갖고 있는 다른 질환이나 위험인자를 고려해 선택한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의 생성과 작용 과정을 막아서 혈관을 이완해 혈압을 떨어뜨린다.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고 콩팥기능장애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 에 는 페린도프릴(perindopril), 캅토프릴(Captopril), 안지오텐신차단제에는 로사르탄(Losartan), 이베사르탄(Irbesartan) 등이 있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저해제는 부작용으로 마른기침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나오고 약을 중단하면 1~4일 내에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마른기침이 심하면 안지오텐신 차단제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안지오텐신 차단제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소화불량, 설사 등이 있는데 계속 투여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그리고 두 약 모두 체내에 칼륨이 쌓이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높게 나오면 칼륨이 적은 음식을 먹거나 칼륨을 낮추는 약을 쓸 수도 있다.
베타차단제는 혈관과 심장박동 등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의 작동 과정을 막아서 혈압을 낮춘다. 심박동수와 심근 수축력을 감소시켜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때문에 협심증, 심근경색, 빈맥성 부정맥이 있는 경우에 효과적으로 쓰인다. 카르베딜롤(Carvedilol), 비소프롤롤(bisoprolol) 등이 이에 포함된다. 부작용으로 졸음, 수족냉증, 피곤, 천식 증상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천식 등 폐질환이 있거나 당뇨 등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처방의에게 꼭 알려야 한다.
칼슘채널 차단제는 관상동맥을 확장해 심장에 산소 공급을 늘리므로 협심증에도 사용된다. 암로디핀(Amlodipine), 딜티아젬(Diltiazem) 등이 있다. 비교적 발현 시간이 빠르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콜레스테롤이나 전해질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많이 사용된다.
암로디핀의 부작용으로는 부종, 안면홍조, 두통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사라질 수 있다. 자몽주스를 일부 칼슘 채널차단제와 섭취하면 몸 안의 약물 농도를 높여서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있으니 자몽과 칼슘채널 차단제는 같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뇨제는 염분과 수분의 배출을 늘려서 혈압을 낮춘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Hydrochlorothia zide), 푸로세미드(Furosemide)가 있다. 보통 아침에 한 번 복용한다. 저녁 늦게 복용하는 경우 이뇨 작용 때문에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마지막 복용분은 자기 몇 시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뇨제의 종류에 따라 몸 안의 칼륨이 줄어들거나 축적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혈액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관리해야 할 만큼 변화를 보인다면 칼륨이 많이 든 곡류, 과일 등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꾸준히 체중을 측정해서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진료 시 꼭 알려야 한다. 대부분의 혈압약은 어지러움이나 기립성저혈압의 위험이 어느 정도 있으므로,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것이 혹시 모를 이러한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타 약물 복용 시 성분에 주의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 감기약이나 알레르기 치료약에 흔히 포함된 콧물약 성분, 이뇨제가 포함된 다이어트약을 복용하면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가끔 소량 먹는 것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원래 안 먹던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꼭 처방의에게 알려야 한다. 약 먹는 걸 깜박 잊었다면 복용 간격을 반으로 나눠 앞 복용시간과 가까우면 즉시 먹고, 다음 복용시간이 가까운 경우에는 기다렸다가 다음 시간에 복용하면 된다. 이때, 아침·저녁 복용분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