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건강

우리 시대의
우울증에 대한 대처

사회가 복잡 다변화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그 심각성은 더해졌다.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빠른 진단과 적절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양종철 전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의 현 상황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었고, 이로 인한 악영향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동안 인류는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 해 주요 나라들은 높은 접종률을 달성했지만 코로나19도 변이를 거듭하여 13번째 변이인 ‘오미크론’이 강력한 전염력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확진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변화의 핵심은 감염을 차단, 지연시키기 위해 사람 간 물리적 거리를 두도록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대인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제한이 생겨났고 우울과 불안 수준이 높아지는 등 정신건강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한 OECD 연구(2021)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OECD 주요국(15개국) 평균을 기준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 우울 증상 유병률이 36.8%로 나타나 OECD 평균(21.8%)을 상회했고 비교 대상 1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그림 1).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매 분기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비해 자살생각률이 40% 증가(2020년 3월 9.7% → 2021년 12월 13.6%)했고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으로 나타나는 등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가 우울 증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2). 특히 30대와 여성에서 우울 점수와 우울위험군 비율이 다른 연령대와 성별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30대와 남성에서 자살생각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러므로 코로나19의 신체적 감염에 대한 치료와 방역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와 심리방역 역시 절실하다. 다행히도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단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심리지원 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국립정신의료기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코로나19 감염자와 가족, 격리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 학회 차원에도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등 코로나19 시대 국민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 등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함에 따라 정신건강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우울 증상과 자살생각의 비율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비해 여전히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감염병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개인은 일상 회복에 대한 희망과 불편을 감수하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고 사회경제적 자원과 역량도 소진될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시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꾸준한 지원 및 관심과 더불어 장기화되는 코로나19에 맞서 지속 가능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신건강 관리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우울증

코로나19 시대에 우울 증상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는 물론 우울 증상 발생 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상태가 우울 증상인지 알아야 한다. 정신질환 을 진단하는데 널리 사용되는 DSM-5에 따르면 주요 우울증은, 2주 이상 거의 매일 1. 우울감 또는 2. 흥미의욕의 저하가 있으면서, 이에 더해 3. 체중 또는 식욕의 변화, 4. 불면 또는 과수면, 5.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 6. 피로감, 7. 무가치감 또는 과도한 죄책감, 8. 사고력이나 집중력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9. 자살사고 또는 계획 중에 거의 매일 나타나는 증상이 있어 총 5가지 이상을 만족하여 사회, 직업 등 기능상 현저한 손상이 있는 경우로 정의한다. 단,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위의 정의를 정확히 충족하지 않더라도 2주 이상 매일 우울감 또는 흥미·의욕의 저하가 있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우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 신경세포 간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저하를 회복해준다. 정신치료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공감과 격려를 보여줘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을 강화해주거나(지지적 정신치료), 우울증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인지 왜곡을 발견하고 교정하는 연습을 하거나(인지행동치료),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현재에도 나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무의식에 대해 탐색하고 변화 를 모색하는(정신분석적 정신치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울증을 극복하도록 한다.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에 비해서는 적용 빈도가 적지만 TMS(경두개자기자극술), tDCS(경두개직류자극술), ECT(전기경련치료)등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뇌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줘서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 비침습적인 기계 장치를 이용한 치료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의 증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선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여 환자에게 제공한다.

코로나19 확진자, 확진자의 가족인 경우에는 격리 중이거나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 경우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하는 24시간 핫라인(02-2204-0001)을 통해 심리지원, 전화상담, 정신건강 평가, 치료 연계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일상에서 스스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하나는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불편하고 힘든 상황에 분노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편이 낫다. 하고 싶은 일들이 제한되고 야외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불평하지 말고 차라리 푹 쉬면서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거나 원예, 독서, TV시청, 인테리어, 홈 트레이닝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로 대체해볼 수 있다.

또 가족들과 유대를 강화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다.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화목한 가족관계는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갈등이 있으면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다. 원만한 가족관계를 위해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는 한편 즐거운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 가족들과 떨어져 있더라도 전화와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좋겠다.

일정한 기상 및 취침 시간을 정해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과, 적당한 햇빛 노출과 건강한 식단을 통한 영양 공급도 중요하다. 유산소운동과 명상, 복식호흡 등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활동들은 호르몬 분비를 균형 있게 하고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게 하여 우울 증상 치료에 도움을 준다.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해야

코로나19 장기화는 대인관계 상호작용의 저하, 이동의 제한,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했고 이는 정신건강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충 분한 심리지원 정 책의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급격하고도 압도적인 변화 속에서 한정된 의료 자원으로 다수에게 비대면으로 지원해야 하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전통적인 치료적 접근에 더하여 부분적인 원격의료나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치료 방법의 개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ㆍTackling the mental health impact of the COVID-19 crisis: An integrated, whole-of-society response(2021), OECD

ㆍ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2021), 보건복지부

ㆍ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DSM-5),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ㆍ‘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정신건강 위기와 대응 정책과제(2021),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

ㆍ코로나19 심리지원 가이드라인(2021), 국가트라우마센터

양종철

전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및 기획조정실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위원장,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학술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고, 뉴욕 컬럼비아의대 정신의학교실에서 연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