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변화는 더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이후 무자비하게 쌓이는 쓰레기를 목격하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이에 사람들은 자신이 무심코 소비하는 물건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착한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
글 김희연
행동하는 소비자와 반응하는 기업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착한 소비를 지향한다면 당신도 ‘그린슈머’다. 그린슈머란 자연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자연을 생각하며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생산·유통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지는 않는지, 지속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기업이 환경보호에 이바지하는지 등을 면밀히 고려한다.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기업과 브랜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이 필(必)환경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것이다.
보통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지난 몇 년간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인 ‘가성비’가 소비 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가성비에 집중하던 소비자들이 자신의 가치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선택하는 ‘가치소비’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 흐름과 그린슈머가 만나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친환경제품을 소비하고 기업에 친환경 정책을 요구하는 등 행동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는 저절로 생기지 않으며 기업 역시 먼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린슈머들은 친환경제품 구입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 기업에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며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2020년 2월, 매일유업을 상대로 소비자들의 ‘빨대 어택’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일회용 빨대 사용을 줄여달라는 취지로 제품에 붙어 있는 빨대를 모아 매일유업에 전달했고 매일유업의 대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당시 매일유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용하기 편리한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포장재 개발과 함께 빨대 제공에 대한 합리적인 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라며 자필 편지로 답했다. 매일유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해 6월부터 요구르트 ‘엔요 100’에서 빨대를 없앴고 이로 인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44톤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매일유업은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밝히며 일부 다른 제품에서도 빨대를 없앴다. 이는 소비자의 친환경 정책 요구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 외에도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통조림 햄 ‘스팸’의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했다. 동원F&B도 플라스틱 용기를 뺀 ‘양반김 에코패키지’를 출시했는데, 출시 1년 만에 500만 봉 넘게 판매되며 플라스틱 27톤을 감축하는 효과를 봤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착한 소비
그린슈머라고 해서 거창한 행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용기 내 챌린지’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음식 포장으로 생기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환경운동이다. 용기(勇氣) 내서 용기(容器)를 내밀자는 뜻으로, 일회용품 대신 다회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것이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도 용기 내 챌린지의 일환이다. 2018년 시작된 플라스틱 컵 사용 전면 규제에 이어 올해 6월 10일부터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에 대해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 음료 가격 외에 보증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고, 추후 사용한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회용 컵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많은 커피전문점이 개인 컵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새 제품을 구매하면 생기는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고 싶다면 ‘리필 스테이션’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표 뷰티 기업들도 자사 대표 제품을 포장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제품을 원하는 만큼만 소분해 구입할 수 있어 물건 구매로 생기는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이제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그린슈머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구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 우리 모두 환경보호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