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November + December 11/12 Vol. 173

행복한 이야기

마음 연구소

밤만 되면 식욕이 돋는다,
야식 증후군

글.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정신과 전문의)

늦은 밤까지 일하면 배가 고프다. 야근시간을 버티고자 야식을 먹는다. 한편 일찍 퇴근해서 저녁도 먹었지만 자기 전에 다시 야식을 찾기도 한다. 야식을 먹는 경우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하루 식사량의 50% 이상을 오후 7시 이후 섭취한다면 야식 증후군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야식 유형에 따른 대처 방안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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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하루 한 끼형’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출근 시각에 빠듯하게 일어나 준비하다 보면 아침 먹을 시간이 없다. 아침은 거를 때가 대부분. 먹더라도 직장 근처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때운다. 출근한 뒤 쌓인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구내식당이나 배달음식은 늘 비슷해서 질리고, 밖에서 먹자니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은 모두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결국 점심도 거르거나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오후가 되면 허기지고 힘들다. 퇴근 시각 즈음, 이런저런 일을 마무리를 하다 보면 조금 늦게 일터에서 나온다. 집이 가까우면 그나마 낫지만, 퇴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식욕이 금세라도 폭발할 것 같다.
종일 힘들게 일하고 밤에 한 끼를 먹는 경우는 세 끼 양을 한 번에 먹다 보니 과식하게 된다. 하지만 크게 나쁠 것도 없다. 하루 세끼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먹나 한 번에 먹나 열량 자체는 같다. 이 경우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지만 습관이 되는 것은 피하자.

뇌도 허기를 느낀다 ‘감정 식사형’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과거 인류가 맹수에게 쫓기던 시절에는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야 했다. 배고파도 위기를 벗어날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 위기를 벗어나야 그동안 억눌렸던 허기가 찾아오고 뭔가를 먹어 보충했다. 인류가 하루 세 끼를 먹게 된 것은 인류 전체 역사를 놓고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종일 뭔가에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다 보면 뇌도 굶주린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장소에서 벗어나 집에 오면 굶주린 뇌는 허기를 달래길 원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 식사를 하게 된다. 원래 인간은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는다. 하지만 감정 식사는 멈추기 어렵다. 양만 느는 것이 아니다. 달거나 기름진 음식처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게된다. 그래야 뇌가 허기짐에서 빨리 벗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지는 생각보다 약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야식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무언가로 풀어야만 한다. 힘들게 운동하고 다리에 국소성 근육경련(쥐가 난 상황)이 발생하면 릴랙스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뇌에 쥐가 나면 뇌도 릴랙스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야식을 먹는다. 따라서 야식을 줄이고 싶다면 스트레스 자체를 줄여야 한다.

안주와 술이 만드는 악순환 ‘음주형’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안주도 먹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안주가 야식을 겸하게 된다. 그런데 술을 마시며 뭔가 먹는 경우 술을 마시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는다. 술이 식욕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더구나 술을 마시면 충동성도 올라간다. 술이 남으면 안주가 필요해서 뭔가를 더 먹고 안주가 남으면 술을 더 마시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야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술을 마시면서 야식을 안주로 삼는다면 술 마시는 행위를 중단해야 야식도 멈출 수 있다.

노는 게 노는 게 아니야 ‘불면형’

불면증에 걸린 경우 일찍 잠을 자려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주변 사람이 보면 텔레비전・스마트폰을 보거나 게임을 하느라 늦게 자는 것 같다. 하지만 실은 반대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도 시계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고 몸은 불편해진다. 억지로 누워 있으면 온갖 걱정이 떠오른다. 그래서 텔레비전·스마트폰을 보거나 게임 등을 한다. 그러다 보면 배가 고프고 무언가를 먹게 된다. 그리고 불면증에 걸리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 지루해진다. 심심하면 뭔가 더 먹게 된다. 이 경우 불면증을 치료해야 야식을 안 먹게 된다.

야식에 대처하는 ‘건강을 가꾸는 사람들’의 자세
첫째, 눈앞에 보이는 야식거리를 치운다.
당장 손을 뻗을 때 야식거리가 잡히지 않는다면 덜 먹게 된다. 밖에 나가 야식거리를 구매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과정 모두 조금 번거롭기 때문이다.
둘째, 몸에 좋은 음식으로 미리 배를 채운다.
일단 허기지면 그때는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허기지기 전에 섬유질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건강한 음식을 적당량 먹는 편이 좋다. ‘야식을 참을 수 있다’고 과신하지 말자.
셋째, 야식 먹을 타이밍을 만들지 말라.
집에서 무료하게 있을 때 야식을 먹는다면 산책이나 조깅을 한다. 특정 조건이 부합할 때마다 야식을 먹는다면 의식적으로 그 조건이 갖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