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November + December 11/12 Vol. 173

행복한 이야기

그곳에 가면

초량 이바구길에 핀
이야기꽃

글. 이유빈 사진. 김효술

‘돌아와요. 부산항에’ 곡조가 흐르는 이곳은 부산항과 부산역이 자리 잡은 부산 동구다. 그곳에서도 초량동은 부산의 역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갈매기 우는 소리보다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온다. 부산의 초량 이바구길을 남다른 사연이 있는 두 선·후배가 함께 걸으며 지난 추억과 다가올 내일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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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초량동 동네 한 바퀴

선배 정원영 부장과 후배 한경임 부장의 인연은 199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신인 의료보험연합회의 종합병원심사팀에서 시작됐다. 27년 동안 세 차례나 같은 부서에서 만나 파란만장한 시기를 함께한 두 사람은 어느덧 최고의 업무 파트너이자 눈만 마주쳐도 속뜻을 아는 사이가 됐다.
한 부장은 “지난해 겨울, 초량 이바구길을 혼자 걸었는데 감탄사가 나올 만큼 멋졌다”라며 “그때의 감동을 인생 멘토인 정 선배에게 소개하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라고 이번 여행에 지원한 동기를 말했다.
지난 6월까지 같은 지역에서 근무한 두 사람은 계절이 바뀌고서야 다시 만난 반가움에 서로를 향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부산역 7번 출구로 나오자 이바구길의 출발점이자 이번 여행의 시작점인 ‘(구)백제병원’이 보였다. 부산 최초 민간 종합병원인 ‘(구)백제병원’ 맞은편 출입구로 나와 작은 언덕을 오르니 손때 묻은 담장과 좁은 석조 계단이 눈에 띄었다. 부산의 다른 골목보다 유난히 예스러운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 이바구길이 품은 아름다움이다.
정 부장은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도 이곳처럼 집들이 삐뚤빼뚤했다”라며, ‘동구 인물사 담장’의 가수 나훈아 사진 앞에 서서 “어린 시절에는 나훈아가 가장 인기가 좋았지”라고 회상하고는 한 부장과 함께 웃었다.
‘담장 갤러리’와 ‘동구 인물사 담장’은 부산의 크고 작은 역사의 순간과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담은 소박한 전시장이다. 일본과의 무역을 위해 통상의 문을 연 부산항과 산업 혁명기, 베트남 파병 장병들의 출전 등 격동적인 삶의 순간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바라보면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흑백 사진에 담긴 세월의 고비를 넘다 보면 ‘168계단’에 다다른다. 올려다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168계단’은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과 일자리를 구하려고 고향을 떠나온 외지인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우물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현재는 계단 옆에 ‘168계단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어 ‘168계단’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눈에 보이는 초량동 풍경을 감상한 후, 두 사람은 ‘김민부 전망대’로 발길을 옮겼다. 전망대에서 부산항대교와 아름다운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니 막힌 가슴이 탁 트인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부산과 두 사람

초량 이바구길에서 근현대의 삶과 휴식의 달콤함을 맛보고자 ‘168 도시락국’에서 걸음을 멈췄다. 메뉴는 ‘168 도시락국’의 주력 메뉴인 추억의 도시락이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달걀부침, 매콤한 멸치볶음에 나물, 분홍 소시지 그리고 시래깃국이 양푼 도시락통과 국그릇에 담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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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장은 “학교 다닐 때 싸 들고 다니던 도시락통과 똑같다”라며 “이 정도 반찬이면 진수성찬이었지”라고 회상했다.
이바구길의 ‘단짠단짠’한 맛을 느낀 두 사람은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윗동네에서 내렸다. 바다를 감상했던 김민부 전망대 맞은편에 ‘이바구 공작소’가 보였다. 주민들의 쉼터인 ‘이바구 공작소’ 위로 펼쳐진 구불구불한 언덕을 오르면 ‘산복도로’에 이르게 된다.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라는 의미의 산복도로는 동구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산비탈에 자리 잡은 초량동 일대 판자촌 주민들과 산동네를 이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옛 주민들에게 ‘산복도로’는 고난과 고단한 삶의 상징인 것이다.
‘산복도로’를 따라 20분쯤 걸으면 호국도량(護國道場)이라 알려진 ‘금수사’의 입구가 보인다. ‘금수사’는 6·25전쟁 당시 부산지역 피난민을 품어준 역사의 현장이다.
정 부장은 “부산지원에서 산악동호회를 만들어 여러 절을 다녀봤지만, 이곳은 부산항과 금수사의 풍경이 어우러져 그중에서도 최고의 산행인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부장은 “내년에 정년퇴임하는 정 선배의 모습도 이곳 풍경처럼 늘 변치 않았으면 한다”라며 두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30여 년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를 향한 후배의 남다른 애정과 존경의 마음이 보였다.
부산 동구는 지금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북항 재개발’을 꿈꾸고 있다. 문화, 예술, 관광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도 떠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새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반기기 때문이다. 부산의 관문인 동구의 앞날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다웠던 두 사람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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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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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행복했던 초량 이바구길

제가 사랑하는 후배인 한 부장과 함께라서 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부장의 긍정적인 성격이 저희 동행에 큰 연결고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온 시간보다 나아갈 시간이 더 기대되는 부산 동구처럼 저희도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하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정원영 부장(부산지원 심사평가1부)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뚜벅이 여행길

저는 평소 걸어서 다니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가까이에서 천천히 보면 눈에 담기는 풍경이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며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정 부장님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도 함께 여행하고 싶습니다.
한경임 부장(인천지원 심사평가부)

부산 동구의 맛과 멋 그리고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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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의 ‘이바구’를 붙여, 부산 근현대 역사의 씨앗이 된 동구를 조명하는 테마 거리다. (구)백제병원을 시작으로 까꼬막 카페까지 초량 이바구길이라고 부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에도 과거를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거리 조성이 이뤄지고 있다.

- (구)백제병원: 부산광역시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6
- 까꼬막 카페: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600번가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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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모노레일

168계단은 초량동의 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바로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경사 45도에 40m인 이 길을 모노레일로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다.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이바구 정거장과 김민부 전망대, 장기려 더 나눔센터 등 주요 거점시설과 손쉽게 연결된다. 탁 트인 부산항 전망과 산복도로의 풍경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99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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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부 전망대

김민부 전망대는 불꽃 같은 생애를 살다간 동구가 낳은 천재 시인 김민부를 기리고자 설치됐다. 이곳에 서면 부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여 관광객으로 붐빈다. 전망대 한쪽 벽면에는 그가 작사한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 부산광역시 동구 영초윗길26번길 14 / 051-440-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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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사(金水寺)

대한불교 원효종 소속의 사찰로 기개 높은 구계산에 자리한 금수사는 금당인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호국도량으로 이름이 높은데 기미독립선언의 민족대표 33명과 애국지사 22명의 위패를 봉안, 이들을 위한 추모 법회 및 수계 법회를 매년 봉행하며 팔만대장경 인경본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 533-1 / 051-467-3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