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November + December 11/12 Vol. 173

행복한 이야기

문화 산책

따사로운 기억으로 추위를 녹이다,
서랍 속에 간직하고 싶은 나날

초록이 싱그럽던 봄과 햇볕이 따갑던 여름,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외투를 헤집고 들어오는 시린 바람에 살이 에는 듯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겨울을 온기로 채워주는 것들이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에 어울리는 계절, 방 한구석에서 재미와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꺼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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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톡톡(Talk-Talk)

처음 만난 겨울과
다시 만나고 싶은 겨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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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문을 열면 펼쳐지는 동심의 왕국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판타지 | 139분 | 전체 관람가 | 감독 : 앤드류 아담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피해 먼 친척의 집에 맡겨진 루시, 에드먼드, 수잔, 피터 4남매. 이들은 저택에서 술래잡기하던 어느 날, 마법의 옷장을 통해 나니아라는 환상의 나라를 발견한다. 한때는 꽃과 나무, 말하는 동물, 난쟁이, 목신, 켄타우로스 그리고 거인 등이 어울리며 함께 살던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였으나 사악한 하얀 마녀 제이디스의 저주로 나니아는 영원한 겨울이 반복되는 저주에 빠진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용맹스럽고 신비로운 사자이자 나니아의 지도자인 아슬란의 지휘하에 하얀 마녀로부터 나니아를 해방하기 위한 모험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니아에 숨겨진 예언과 미지의 조력자를 만나면서 자신들의 운명과 나니아의 마지막을 결정지을 하얀 전쟁을 준비하게 된다.
영화의 원작이자 판타지 소설의 3대 거작이기도 한 <나니아 연대기>는 폭넓은 세계관과 가장 중요한 무기는 믿음이라는 순수한 메시지로 우리가 옷장 안으로 밀어두었던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겨울밤 느끼는 온기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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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하게 하는 기억의 편린

이터널 선샤인

로맨스,SF | 108분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미셸 공드리

어느 날, 평범한 회사원인 조엘은 일생에 단 한 번 있을 법한 충동적인 결심으로 아침에 회사가 아닌 몬탁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몬탁의 바닷가에서 클레멘타인이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둘은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클레멘타인의 활발한 성격과 조엘의 과묵한 성격은 엇갈리기 시작하고 크게 싸운 이후로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클레멘타인의 태도에 상처를 입은 조엘은 그녀가 자신을 잊기 위해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라쿠나 회사를 찾아갔음을 알게 되고, 자신도 클레멘타인을 잊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클레멘타인과 걸었던 얼어붙은 센강과 함께 나눴던 대화, 행동들이 잊혀가는 기억 속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조엘에게는 클레멘타인에 대한 망각이 사랑에 대한 상처보다 더욱더 두렵게 다가온다. 기억 속으로부터 도망치던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만남이 몬탁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그와 그녀는 라쿠나를 처음 방문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기억을 잃은 연인이 다시 사랑 할 수 있을까?

겨울밤 느끼는 온기 지수

명화 톡톡(Talk-Talk)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가
전하는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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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기쁨이 눈처럼 내려오던 풍경

눈 속의 아르장퇴유

Snow scene at argenteuil

클로드 모네
캔버스에 유채, 71.1× 91.4cm, 내셔널 갤러리

‘빛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모네의 젊은 시절은 지극히 불우했다. 그를 대표하는 ‘인상주의자’라는 말조차 전통적인 화풍을 거부한 채, 사물이 빛의 움직임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는 화가를 비꼬는 말이었고 그림은 전혀 팔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젊은 시절에 유일한 위안이 되던 순간은 아르장퇴유에 살던 날, 부인 까미유와 동료 마네, 르누아르와 함께하던 시간이었다. 색채의 유동성을 추구하던 모네에게 햇빛과 만나 역동적인 색채를 품어내는 눈밭은 단순한 흰색의 세상이 아니었다. 모네는 눈과 서리에 매료당했다. 그 때문에 <눈 속의 아르장퇴유>에서는 푸른색, 보라색에 흰색을 섞어 농담을 달리한 화법과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붓 터치로 인해 하얀 눈조차 빛에 따른 다양한 느낌을 자아낸다.

겨울밤 느끼는 온기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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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빛으로 채운 19세기의 겨울

눈 내린 풍경

Paysage de neige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캔버스에 유채, 51×66cm, 오렌지 리 박물관

모네와 같은 인상주의자 화가이지만, 그림의 형상과 색채를 구분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르누아르는 밝은 색채와 구성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냈다. 눈을 ‘자연의 전염병’이라고 표현한 그는 신경질적일 정도로 촘촘하게 차 있는 붓 터치로 빛을 흡수하는 검붉은 나무로 그려냈다. 노란색과 흰색, 무채색을 사용해 눈과 빛을 관찰하면서 색깔이 있는 그림자를 그려낸 그는 눈이 반드시 하얗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면서, 눈이 주변 자연물의 색깔에 영향을 받음을 보여준다. 르누아르는 모네와 다르게 생동성보다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같은 회화기법을 추구했더라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다.

겨울밤 느끼는 온기 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