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September + October 09/10 Vol. 172

행복한 이야기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혁신

잠자는 텀블러로 일상 속 변화를 일깨우다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혁신, ‘월간 텀블러’로 환경과 건강 찾기

글. 김진주 사진. 이영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8월 5일, 본원 1층 카페 앞에서 ‘월간 텀블러’ 캠페인을 실시했다. ‘월간 텀블러’는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혁신’ 과제에서 선정된 시민 제안이다.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부터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 이날 행사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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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파괴의 주범, 플라스틱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전 세계 1위이다. 이에 정부는 2018년 8월부터 플라스틱 제품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펴왔고, 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생산하는 데는 불과 5초, 분해되는 데는 무려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저렴하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분별한 사용에 따르는 대가는 저렴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폭넓은 활용도로 일상 곳곳에 침투한 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인 환경 파괴의 주범이 돼버렸다. 물론, 진짜 주범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남용하는 사람들이다.
환경과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에 따라,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혁신’ 과제에서 원주시 남현경 시민의 제안 ‘월간 텀블러’를 선정했다. 텀블러 사용을 활성화해 일회용 컵 사용만 줄여도, 플라스틱 소비량을 상당 부분 줄임으로써 국민 건강과 환경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과 함께 문제의 해법을 찾는 심평원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혁신’은 주민이 새로운 해법을 제안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강원도를 중심으로 시행하는 과제다. 작년 춘천에서 열렸던 강원혁신포럼(주민이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함께 해결하는 강원사회혁신플랫폼)에서 발굴한 이 ‘월간 텀블러’는 ‘무엇’보다는 ‘어떻게’에 역점을 둔 제안이다. 즉, 거창하거나 참신한 주제라기보다는 대부분 알지만 실천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 실행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월간 텀블러’ 과제는 2019년 8~11월 4개월간, 매월 첫 번째 월~금요일에 캠페인 형태로 시행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도로교통공단에서 내부 직원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텀블러 사용 촉진 캠페인을 벌인다.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캠페인을 홍보하고, 지역 주민이 텀블러를 가져오면 무료 커피를 제공하며, 텀블러 사용 시 캠페인 스티커를 나눠준다. 또한, 스티커가 붙은 텀블러를 다음 달에 가져오면 사은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왜,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을까?’에 대한 해법

지난 8월 5일 월요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원 1층에서 ‘월간 텀블러’ 첫 캠페인이 시행됐다. 1층 카페 앞 휴식 공간에 2개의 배너가 설치됐다. ‘우리의 텀블러 사용이 지구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지금 사용하는 그 텀블러, 정말 깨끗한가요?’라는 배너의 문구가 모여드는 사람들을 반겼다. 이어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첫 번째 순서로 제안자 강연이 있었다. 제안자 남현경 씨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됐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플라스틱 덩어리를 먹고 죽은 새,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 한 번도 플라스틱을 써본 적 없는 그들이 왜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아야 할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현경 씨는 “텀블러 사용은 특별할 게 없는 제안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장 자주, 쉽게 할 수 있는 실천 중 하나”라면서 과거, 텀블러를 사용한 사람들에게 사용을 중단한 이유를 들어봤다고 했다. 그들에 의하면 텀블러 사용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위생 문제(세척이 어렵다), 편의성(무겁다, 종종 내용물이 흐른다), 가격(비싸다) 등이 있었다. 남 씨는 우선 위생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알약(정제) 형태의 세척제 사용을 제안했다. 세척제의 주성분은 환경과 건강이라는 본래 취지와도 어긋나지 않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이다.

플라스틱 줄이기, 강원도 전체로 확산시킬 것

남 씨는 “실천은 ‘무엇?’, ‘왜?’ 이상으로 ‘어떻게?’가 중요하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실천 지수를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일회용 컵뿐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나 머들러 사용도 줄여야 한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녀는 “텀블러 사용을 보편화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원주시 전체로 확산됐으면 한다”라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제안자의 강연에 이어, 직원과 시민들에게 텀블러와 세척제 증정식이 있었다. 텀블러는 지난 7월 직원들이 기증한 것들로, 쓰임 받지 못하고 잠들어있던 텀블러가 깨어나 새로운 주인과 만난 것이다.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혁신’ 과제를 담당하는 사회적가치기획팀의 조수용 부장은, 강원도 주민이 제안한 총 20여 건의 제안 중 ‘월간 텀블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높은 실행 효과’를 꼽았다. 조수용 부장은 “재밌고 참신한 제안도 꽤 있었다. 하지만 변화는 가장 가까운 곳, 일상 속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사람들은 거의 매일 커피나 주스를 마신다. 거의 매일 찾는 카페와 관련된 제안인 만큼, 높은 실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부장은 “본원이 주체가 돼서,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강원도 전체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