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July + August 07/08 Vol. 17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창립 19주년 특별기획

진료비확인서비스 체험수기 공모전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를 구축하는
진료비확인서비스

글. 김요안(일반 부문 최우수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 체험에 기반한 제도 개선을 위해 3월 12일부터 4월 12일까지 진료비확인서비스 체험수기 공모전을 실시했습니다. 수상작 중 일반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김요안 님의 수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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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머리를 조금 다치셨다. 의사는 동맥류 출혈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나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일주일 전 다른 대형병원에서 뇌 MRI를 찍었고 이상병변이 없다고 진단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사는 동맥류 출혈 검사를 위해 중환자실에 입실토록 하겠다고 통보했다. 나는 동의했고 의사는 아버지의 허벅지 안쪽 혈관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뇌동맥류를 확인했다.
동맥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의사가 과잉 진료를 했다고 생각했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니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는데 빠르게 호전됐다. 그런데 의료진은 입원 기간을 보름 이상 예상했다. 주치의에게 퇴원을 조금 앞당길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 그러자 그날 바로 퇴원 결정이 났다. 아버지가 응급실에 입원하고 8일 만이었다. 나는 의료진이 과잉 진료를 했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입실 기간을 연장하려 했다는 심증을 갖게 됐다. 얼마 후 심증은 의심을 넘어 확신이 됐다.

해를 넘겨 아버지를 모시고 외래 진료를 다녀온 날이었다. 아버지는 신경외과와 신경과 두 개 분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신경외과에선 별다른 문진도 없이 약만 처방했고, 신경과에선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신경과 교수님은 대뇌가 위축이 든 경증치매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약을 처방해주는데 그 약들이 신경외과에서 처방한 것들과 겹치는지 이런 말을 했다.
“신경외과 선생님이 처방한 약 빼고, 다른 약 처방해줄게요.”
그 순간 나는 어째서 신경외과와 신경과 두 군데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두 분과의 진료예약시간이 두 시간 차이 나서 병원에서 네 시간 이상을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가뜩이나 불만을 품던 차였다. 나는 넌지시 다음부턴 신경과 하나만으로 진료를 일원화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교수님도 아무래도 그런 것이 합리적이라고 대답했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진료 일원화 역시 내가 지나가는 말로 제안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신경외과와 신경과 두 군데를 다녀야했다는 불합리한 의료체계에 괜히 분이났다. 바로 그때 나는 당시 TV 광고로 널리 홍보되던 진료비확인서비스가 생각났다. 나는 병원 원무과에서 발행해 준 ‘입원 진료비 내역서’에 기재된 처방코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확인 자가점검’을 통해 일일이 대조했다. 그랬더니 엄연히 급여임에도 비급여로 청구된 것들이 수십 개나 발견됐다. 그간 의료진의 과잉진료에 대한 심증이 의심이 되고 또 의심이 굳어져 확신이 됐는데, 이젠 확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까지 나온 것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이드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진료비 환불이 예측됐다. 한 예로 ‘입원 진료비 내역’의 EdiCode는 비급여로 3만 5,220원이 청구됐으나 ‘진료비확인자가점검’을 해보면 급여로 나오는 식이었다. 그렇게 급여항목을 비급여로 청구한 액수가 100만 원을 상회했다. 나는 서식을 갖춰 정식으로 진료비확인서비스를 요청했다.

한 달 반 만에 결과를 통보받았다. 의료진이 과잉 진료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뢰할 수 있는 범위 안의 행정체계에서 착오 된 ‘일만 원’을 환급받았을 뿐이었다. 부끄러워졌다. 나는 병원을 얼마만큼 신뢰하지 못했던가. 오죽하면 응급한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병을 확실하게 탐색하려는 의사의 노력을 과잉 진료로 폄하했다. 나는 의료진이 수익에만 집중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들의 진료행위를 불순하다고 의심했다.
진료비확인서비스는 내게 깨달음을 줬다. 돈을 환급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가 중요했다. 의사는 가용한 치료를 환자에게 실행할 책무가 있다. 나는 의료행위에 대해 일자무식임에도 그들의 처치를 무시했던 것이다. 진료비확인서비스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신뢰를 구축한다. 여기서 구축은 신뢰를 몰아 쫓아낸다는 뜻의 구축(驅逐)이 아니라 신뢰를 쌓아 올린다는 뜻의 구축(構築)이다. 나는 진료비확인서비스를 통해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의료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조건 덮어놓고 진료행위를 의심하는 환자들이 진료비확인서비스를 통해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니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의료진들의 불공정한 의료행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알기로 진료비확인서비스를 통해 불법이 적발된 사례는 많다. 그런 의미에서 진료비확인서비스는 하나의 탁월한 감시체계로 작동한다. 하지만 나는 의료진이 아니다. 내가 겪은 진료비확인서비스는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여 신뢰를 구축해줬다는 사실뿐이다.

만병의 근원은 마음이다. 그런데 치유의 근원도 마음이다.진료비확인서비스는 환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심평원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이다. 모든 환자는 만병의 근원 ‘의심’을 지우기 위해, 또 치유의 근원 ‘신뢰’를 얻기 위해 진료비확인서비스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진료비확인서비스는 환자와 의료진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 환자의 병까지 회복을 꾀하는 의료행위 외적인 의료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인간관계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신뢰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노력이 요구된다. 나는 환자 가족으로서 진료비확인서비스를 요청하는 노력을 기했다. 덕분에 의료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수동적인 신뢰가 아니라 적극적인 소비자 행동에서 오는 신뢰로 바뀌었다. 만약 당신이 환자로서 의사와 신뢰 관계를 맺고 싶다면 진료비확인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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