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July + August 07/08 Vol. 171

행복한 이야기

마음 연구소

2인자들의 극단적인 심리
살리에리 증후군

글.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정신과 전문의)

신자유주의 경제는 세계를 무한 경쟁의 시대로 몰아넣었다. 냉엄한 경쟁 원리는 현재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사회가 구성원에게 경쟁을 요구하니, 개인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자 노력한다. 일부는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주변인으로 인해 우울증 또는 무기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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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좌절에 사로잡히는 살리에리 증후군

사람 대부분 누군가 자신보다 뛰어날 때 상대는 운이 좋았고 자신은 운이 나빴다고 말한다. 또는 경쟁이 공정하지 못했다거나 상대가 비열했다고 하며 진짜 실력은 자신이 더 뛰어나다는 식으로 합리화한다.
살리에리 증후군을 앓는다면 좀 다르다. 살리에리 증후군은 이탈리아 음악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보며 느낀 열등감을 빗대 만들어진 용어로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를 쫓아갈 수 없을 때 느끼는 마음이다. 살리에리 증후군이 성립하려면 극복할 수 없는 객관적 실력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 실력 차이를 인정하면 단순히 누군가를 따라잡으려는 소모적인 노력을 중단할 수 있다. 그리고 타인과 비교를 중단하고 자신을 다른 측면에서 보완할 수 있다. 문제는 충분히 잘하면서도 자신은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 1등인 학생과 2등인 학생이 같은 학급에 있다. 다른 학급이라면 전교 2등 하는 학생도 반에서 1등을 차지할 텐데 항상 2등이다. 그렇지만 성적표를 보면 다른 반에서는 학급 1등을 할 수 있음을 알기에 살리에리 증후군에 빠질 확률이 낮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상황 대부분 학교 시험 성적 발표와 다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항상 자신보다 잘하면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해당 직종에서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다른 조직의 일인자들과 비교하기란 더욱더 어렵다. 따라서 자신이 충분히 우수함에도 눈앞의 일인자와 비교하며 자신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 있다.
살리에리 증후군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평가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실제는 우리 인지와 다를 수 있다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에쿠우스>로 유명한 극작가 피터 쉐퍼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아마데우스>에서 비롯됐다. 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와 자신을 비교하며 질투, 시기, 우울, 절망에 빠져 고통받았다.
하지만 실제 살리에리의 대중적 인기는 모차르트보다 결코 못 하지 않았다. 시간을 뛰어넘는 음악성을 평가 기준으로 하면 모차르트가 우월할지 몰라도 당대 인기를 기준으로 하면 살리에리가 더욱 나았다. 또한 살리에리는 궁정 음악가로서 안정된 삶을 살았다. 반면 음악가로서 독립하고 싶었던 모차르트는 항상 돈에 쪼들렸다. 우리는 영화 속 살리에리를 보고 모차르트를 부러워했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사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이처럼 실제는 우리 판단과 다를 수 있다. 관점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당신에게는 주위 누군가가 모차르트처럼 대단하게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나 당신이나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이거나, 오히려 당신이 더 가능성 있게 보일 수 있다.
한편,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계속 잘 할 수 없다. 조직의 방향이 바뀌거나 결정권자의 선호가 변하거나 시장 상황이 변하는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인정받던 사람도 꺾일 수 있다. 따라서 열등감에 빠져 있지 말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된다.

자신을 믿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

한편, 우리는 열등감을 느끼는 만큼 상대가 우월감을 느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인간은 단편적인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잘하는 부분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못 하는 부분만 신경 쓴다. 당신은 상대의 무언가를 부러워하지만, 상대도 당신의 다른 무언가를 부러워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기는 사람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그 역시 불안해할지 모른다.
당신이 부러워하는 사람을 A로 칭하자. 그리고 A가 부러워하는 인물을 B라고 하자. 당신은 A는 부럽지만, B는 부럽지 않다. 그런데 B는 당신을 매우 부러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변과 삶을 넓게 보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돌고 돌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흔히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1등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1984년에 개최된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가 누구인지 기억하는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타인에 대해 대부분 잊는다. 타인도 당신에 대해 잊는다. 오래전 당신이 잘했는지 다른 사람이 잘했는지 타인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만 자신에 대해 기억할 뿐이다. 따라서 길게 보자.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같다. 하지만 지금 조금 잘하는 거나 못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재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이는 사람이 해고됐을 때 당신은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을지 모른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동료로 인해 우울증이나 무기력에 빠졌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일 수 있다. 사실 반대다. 우울증 탓에 무기력해지면 희망을 거부하고 자신은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열등감 때문에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닌, 우울하고 무기력해져서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