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May + June 05/06 Vol. 170

행복한 이야기

마음 연구소

걱정 속에 갇힌 나,
범불안장애?

글.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정신과 전문의)

최근 걱정이 많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작은 걱정거리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 걱정할 수 있기에 위험을 대비하고 조심할 수 있다. 작은 걱정을 해결하려고 매달리며 큰 걱정을 잊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모든 요소가 그렇듯 걱정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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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걱정거리를 꺼내 보는 사람의 특징

사람 대부분 걱정거리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칠 때다. 이 경우 신경이 분산돼 정작 중요한 일에 대비할 수 없게 된다. 걱정에 사로잡혀 우왕좌왕 하다보면 반복해서 실수하고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도 지나치게 걱정하면, 불안에 사로잡혀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 그런 경우를 진단명으로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라고 한다. 이렇게 매사에 걱정인 경우 흔히 하는말로 과잉근심증후군 또는 램프 증후군이라고 한다. 램프증후군은 알라딘의 램프가 환상을 현실 가능하게 만든 것에 빗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계속 걱정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걱정을 많이 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타고난 기질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뇌의 편도는 공포를 관할한다. 예민한 편도를 지닌 이들은 작은 일에도 불안해한다. 뭔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주로 전두엽에서 행한다. 그런데 생각은 많고 결정은 못 하는 성향을 지닌 경우 신경증적 성향이라고 한다. 즉 불안 수준이 높고 생각이 많은 경우 과잉근심증후군이 될 수 있다. 자라난 환경도 관여한다. 어려서 가정폭력에 노출돼 두려움에 떨었던 경험이 있거나 사고로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은 이는 성장해서도 작은 일에 불안할 수 있다. 성인이 돼서도 절도나 상해 같은 범죄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은 걱정이 더 심하다. 현재 상황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처한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걱정도 더해진다.
과잉근심증후군 혹은 램프증후군을 앓는 당사자들은 외부의 걱정거리 때문에 자신이 걱정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 누구에게는 걱정거리가 되고 누구에게는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똑같은 일이라도 자신이 여러 일로 힘들 때는 걱정거리가 되고 일이 잘 풀릴 때는 걱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걱정을 덜 하려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자신의 마음도 일정 부분 고쳐먹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마음을 바라보자.

강박증이 있으면 조금만 지저분한 것을 접해도 감염이 될까 봐 손을 또 씻고 또 씻게 된다. 집에 손님들이 온다고 하면 손님들이 간 후 밤새 쓸고 닦을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공황발작, 폐쇄공포증, 우울증도 무엇을 왜 걱정하느냐만 다를 뿐 걱정한다는 사실은 같다. 이처럼 마음이 문제인 경우 피해도 끝이 없다. 오히려 피할수록 약해진다. 과거에는 견딜만한 걱정거리가 점점 더 큰 걱정거리로 느껴진다. 그러므로 걱정거리를 탓하기 전에 마음을 바라보고 더는 물러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걱정을 부채질하는 감정을 조절하자.

자신이 뭘 해도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히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게 된다.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변하기 마련인데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나쁜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걱정이 계속된다. 이런 경우 절망감 자체를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걱정을 더욱 심하게 만드는 슬픔, 분노, 짜증, 외로움, 억울함, 배신감, 굴욕감, 당혹스러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자.

일이 과다해 다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면, 주어지는 일을 줄이지 않는 한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일이 줄게 되면 수입도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면 차라리 지출을 줄이는 게 낫다. 걱정하는 대신 걱정을 만드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건강에 대한 걱정 대신,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고,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고 만성질환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하며 관리하자.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과는 심리적 거리를 두자.

걱정돼서 하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당신이 추구하는 일이 실패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당신의 불행을 원한다. 걱정 없이 살고 싶다면 걱정을 부추기는 사람을 피해야 한다. 아울러 계속 문제를 일으켜 걱정거리를 주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누구든 사고를 처리해주고 뒤를 봐주는 한 당사자는 바뀌지 않는다. 당사자가 자신의 일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 당신을 이용하고 피해주는 사람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