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가꾸는 사람들

2019 March + April 03/04 Vol. 169

행복한 이야기

마음 연구소

마음의 상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글.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연구소장(정신과 전문의)

몇 년간 우리나라에는 각종 큰 사고가 발생했다. 공통점은 큰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 중 일부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초기에 발생한 심리적 외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신적 질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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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정의

사고나 범죄같이 죽을 뻔한 위험을 경험한 뒤에는 다음 같은 증상을 경험한다. 첫째로 공포스러운 상황이 반복해서 떠오른다. 진절머리가 나서 잊고 싶지만 관련된 꿈도 계속 꾸고 같은 일이 반복될 것만 같다. 둘째로 공포 상황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게 된다. 사고와 연관해서는 말을 꺼내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다. 셋째로 사소한 일이나 조그만 자극에도 깜짝 놀라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잠들기 힘들고 잠들어도 자주 깬다. 또한 이유 없이 갑자기 화를 내고 집중하기 힘들다. 긴장을 풀지 못하고 주위를 경계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라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우리는 평소 잊고 살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그것이 사고로 인한 것일 경우, 대형 참사가 발생하거나 방송을 통해 끔찍한 사고를 접하면 마음 속에 꾹 눌러 놓은 트라우마가 다시 고개를 내민다. 좁은 의미의 트라우마는 사고나 범죄로 인한 ‘심리적 외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범위를 넓게 보면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인 심리 사건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 트라우마에 해당한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 중 50% 내외에서 공포 상황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공포를 연관시키는 것을 피하려 하며 사소한 일에도 놀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다. 다행인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이들 중 70%는 1년 안에 증상이호전된다. 그러나 30%는 1년 후에도 증상이 지속이 된다. 증상이 사그라지는 듯하다가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혹은 또다시 사고를 당하게 되면 악화되기도 한다. 불행한 경우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더 악화되기도 한다. 특히 깜짝 놀라는 증상, 악몽, 짜증, 우울 등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장기적으로 증상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증이 겹쳐서 발생하면 사회 적응이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 자살로도 이어진다.

예방을 위해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자

트라우마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하는 데는 면역력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몸은 지금 이 시각에도 피부 접촉, 공기 흡입, 음식물 섭취, 물의 섭취 과정을 통해 자극과 균에 지속해서 노출된다. 면역력이 있을 때는 질병으로 발전하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정상적인 접촉도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평소 자생력과 면역력을 갖춰야 상처받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재미다. 인생이 즐거워야 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면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인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우리 삶을 지켜주는 것은 대단한 목적이 아니다. 저녁식사 때 먹는 구수한 된장찌개, 주말을 기다리게 하는 신작 영화, 사랑하는 사람의 따스함 등이 우리 삶을 지켜준다. 즐거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면 마음은 상처를 훨씬 덜 받게 된다. 흔히 상처받기 때문에 즐겁고 유쾌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즐거움과 유쾌함을 멀리하는 마음이 상처에 취약한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관리법

 · 지나친 분노와 원망은 상처만 더욱 키운다.
 · 억지로 기억을 지우려고 하지 마라.
 · 뇌가 회복되기를 기다려라.
 · 연관된 마음의 상처를 해결하라.
 · 상처 주는 사람을 피하자.
 · 상처를 파헤치지 말자.
 · 위로를 받자.
 · 상처를 성장의 계기로 삼자.

신체적 손상은 기껏해야 원상복구가 최선의 결과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아픈 상처도 망각되고 치유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동안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서 하지 못한 일들을 시도할 수 있다. 당장 마음이 아플까 봐 차일피일 미뤄오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면, 오히려 성장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