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심(心) 약국

숙취해소제
정말 효과가 있을까?

단맛이 나는 술이나 도수가 낮은 술 등 다양한 주류가 출시되고, 유튜브 등 각종 콘텐츠에 술자리가 자주 등장하면서 예전보다 술을 편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담스러운 술자리에 참석해야 할 때는 '이걸 마시면 좀 나을까' 하는 마음에 숙취해소제를 찾기도 한다. 숙취해소제, 과연 효과는 어떨까?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숙취해소제로 알려진 제품에는 주로 간에 작용하는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는 ‘(피곤은)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에서 간기능을 회복하면 피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 작용하는 성분들이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숙취란 음주 후 겪는 두통, 구토, 목마름, 피로감, 인지능력 감소 등의 증상을 말한다. 이런 증상들은 며칠씩 지속되기도 한다. 숙취의 원인에는 탈수, 위 자극, 수면장애,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기준이 강화된 숙취해소제

‘숙취해소제’라는 표현이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약국과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그 종류가 각각 다르다. 약국에서는 간 기능 보조제나 간 보호제인 ‘일반의약품’을 판매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숙취해소제는 엄밀히 말해 ‘숙취해소 음료’로, 약이 아니라 ‘일반식품’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부터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제도’를 적용해, 숙취해소 기능성을 표시하고 광고하기 위해서는 인체적용시험에서 알코올 숙취 정도가 의미 있게 개선되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과학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한 제품들이 퇴출돼 숙취해소제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2024년, 국내에 유통 중이던 숙취해소제 중 절반 이상이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숙취해소’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숙취해소제 성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은 숙취해소 효능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이다. 그중 밀크시슬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관리되고 있다. 서양엉겅퀴인 밀크시슬에서 효능을 가진 성분인 실리마린을 추출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섭취한 수많은 물질을 대사하는 간에서는 많은 활성산소 가 발생해 주변의 단백질과 지방을 과산화하고 DNA를 손상한다. 밀크시슬은 이러한 활성산소종을 제거해 간세포 파괴를 막고, 단백질 합성을 자극해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시킨다.

UDCA(우르소데옥시콜산)는 우리 몸의 담즙산 성분 중 하나인데, 담즙산은 지방을 작은 덩어리로 쪼개어 몸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UDCA를 복용하면 간세포를 손상하는 독성 담즙산이 상대적으로 줄어 간세포가 보호된다.

아르기닌은 간에서 일어나는 알코올 등 분해과정에서 생긴 독성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꾸어 제거하는 과정에 필요한 물질이다. 또한 혈관을 확장해 혈액이 잘 흐를 수 있게 도와준다. 간에서 일어나는 분해과정에 작용하는 시트르산(구연산)과 L-오르니틴-L-아스파르트산, 글루타티온과 베타인, 비타민B도 숙취해소제에 사용된다.

숙취해소제에 많은 기대는 금물

숙취해소 음료에는 생약 재료가 많이 들어 있다. 그중 익숙한 재료로는 헛개나무가 있다. 그 외에 간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된 원료인 밀크시슬추출물, 표고버섯균사체추출물, 새싹보리추출물 등 몇 가지 성분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 성분을 섭취하면 간에서 일어나는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도 낮아지겠지만, 원하는 만큼 숙취를 빠르게 해결해준다는 임상적 근거는 약한 상황이다. 아무리 숙취해소제라 하더라도 실제로 간질환 치료에 쓰이는 양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양이기 때문에 과도한 음주로부터 완벽하게 간을 지키거나 회복할 수는 없다. 또한 술로 인해 손상된 소화관 점막을 보호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속쓰림 증상은 가라앉히기 힘들다. 또 숙취의 원인 중 하나인 혈당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당분이 다소 많이 들어 있어 당뇨병 환자 등은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올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숙취해소 음료에 대해 더욱 강화된 조건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통과한다고 해서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숙취에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안주와 함께 적정량의 음주를 하고, 음주 전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푹 쉬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숙취해소제나 숙취해소 음료가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과한 음주로 인한 악영향을 모두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희진 약사 사진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