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낮아졌지만 재활이 필요한 장애 소아청소년의 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활 특성상 성장단계와 장애 유형에 따라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의료 인력과 시설 부족 등으로 원활한 치료 환경 조성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선정해 장애 소아청소년에 대한 포괄적인 재활의료 서비스와 학교 적응·복귀를 지원하고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통합적인 공공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13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가운데, 우수한 소아 재활의료 시스템과 전문 의료인력, 공공성을 인정받아 수도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재활병원을 찾아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서울재활병원 낮병동에서 만난 35개월 찬우. 선천적 기저질환이 있는 찬우는 이곳에서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으로부터 재활치료를 받는다. 물리치료실에는 치료기구보다 장난감이 훨씬 많고, 재활치료사들은 아이들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관찰하며 ‘잘한다’,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서너 군데 의료기관을 돌고 돌아 서울재활병원에 ‘정착’했다는 찬우 어머니는 아이가 마음을 열고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모습에서 병원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한다. 특히 서울재활병원은 서울에서 유일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어린이재활의료기관 시범수가가 적용돼 의료비 부담이 적고, 국가 기준에 맞춘 시설과 장비, 무엇보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아이의 상황과 성장에 맞는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서울재활병원은 1998년 개원 후 27년간, 장애청소년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병원 내 감각통합 특수치료실 도입 등 소아청소년 재활의료 시스템의 선구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국내 최초로 장애아동이 낮에 6시간 정도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 낮 병동을 개설해 전국 여러 병원과 기관이 벤치마킹할 만큼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장애아동이 집중 치료를 위해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경우 집에 남겨진 가족, 특히 장애 아동의 형제자매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낮병동 운영으로 가족과 떨어져 병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유치원에 다니듯이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어 환자 가족의 만족도가 높다. 이처럼 우수한 소아청소년 재활의료 시스템과 전문 의료인력, 공공성을 인정받아 2021년 수도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부심 또한 크다.
아울러 서울재활병원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연구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임상 연구에 끊임없이 참여하며, 디지털 재활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도 지속 중이다. 특히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으로부터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기부를 통해 디지털 재활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재활의료의 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서울재활병원은 수도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서 원활한 사업수행을 위해 재활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의료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이 팀을 꾸린 ‘수도권 공공어린이재활운영단’이라는 별도 조직을 구성했다. 또한 물리치료, 작업치료, 감각통합치료, 로봇치료 등 다양한 치료실뿐만 아니라 각종 보조기 제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서울재활병원의 강점은 장애 소아청소년의 생애주기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공공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영유아기에는 발달지연 아동 조기발견 및 개입을 지원하는 <건강한 첫걸음>, 보육·교육기관을 방문해 평가하고 지원하는 <콩콩 신나는 어린이집 생활>, 학교 입학 전 준비 프로그램인 <처음학교 힘찬 첫걸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들 대상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장애 청소년 자조 모임 지원, 보조기 체험실 운영, 중도장애 학생 학교 복귀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장애 아동을 위한 서비스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재활병원 이지선 병원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제도의 정책개발과 도입 과정에서 수행한 5회에 걸친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에 참여해 소아청소년 재활의 개척자로서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사업 모델에 적용한 바 있다.
“소아청소년 재활은 기능적 재활을 넘어 실제 삶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전인적인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 소아청소년들이 실제 살아가는 삶의 환경은 집이기도 하고, 학교이기도 하고 또 지역사회이기도 하잖아요. 일상의 환경과 치료적인 관점이 연결되는 재활치료를 하는 것이 서울재활병원이 지난 27년간 추구해온 가치인 만큼,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도 잘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 소아청소년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는 전국에 20만 5,672명이지만, 실제 치료를 받은 케이스는 2만 4,108명으로 약 12%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는 첫 3년이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한 시기여서 조기에 재활이 이루어지도록 의료진이 개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열악한 인프라로 재활이 절실한 아이들이 전문적이고 전인적인 재활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뇌성마비나 중증장애의 경우에는 청소년기로 성장하면서 관절이 변형되거나 척추측만증이 발생하는 등 문제들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치료받을 수 있는 곳조차 없으니, 환자 보호자들과 아픔을 함께 경험하는 우리 구성원들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굉장히 컸습니다.”
이지선 병원장은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조금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재활병원이 27년간 구축해온 소아청소년 재활의 경험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시스템에 녹인 것이 보람이자 사명이라 여긴다.
‘재활 난민, 기다림, 대기, 단절’,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소아청소년 재활의 키워드다. 서울재활병원은 이 가슴 아픈 단어들을 없애기 위해 생애주기 공공재활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과 같은 공공사업을 통해 장애 소아청소년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서울재활병원은 ‘가난한 사람을 돌려보내지 마라,’ ‘세계 최고의 재활병원을 만들어라’라는 약속 아래 시작된 병원입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고, 그 필요에 집중하며 재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힘들게 장애 아이를 키워온 어머니가 우리 병원에 오셔서 이전까지는 지구상에 혼자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제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는 말씀을 듣고, 우리가 재활전문가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재활은 아이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재활병원은 재활치료뿐만 아니라 부모교육, 가족상담, 비장애 형제자매 지원, 아빠교실, 학교 복귀지원 프로그램 등 보호자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속 응원하고 함께 뛰어주는 페이스메이커처럼장애 소아청소년 가정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단순히 치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함께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서울재활병원 구성원의 소망이다.
이지선 병원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재활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단순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삶을 위한 네트워크 중심기관으로서 그 역할이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지역 어린이재활의료협의체, 지역 어린이공공재활협의체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지역 완결형 어린이재활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적 지원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mini interview
‘이타성이 이끄는 탁월성이 우리의 DNA’
서울재활병원 이지선 병원장
장애 소아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족과 병원,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가치와 그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우리 미래 의료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인식전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환자와 가족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 재활의 본질을 실현하는 일에 최고가 되자는 것이 서울재활병원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우리에게 내재된 DNA입니다. 우리 구성원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최고의 재활의료기관, 장애 소아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풍부한 현장 지식 보유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힘든 코로나19 시기에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무리 환경이 어렵다 하더라도 마음의 진정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노력해준 서울재활병원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공재활의료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는 병원이 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장애 소아청소년과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
{ 공공어린이재활병원 }
장애 소아청소년 재활은 아이들의 성장기와 맞물려 있어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담 재활치료기관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쏠려 있어서 ‘재활난민’이라는 안타까운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장애아동에 대한 재활의료서비스를 ‘공공’이 제공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정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 소아청소년에 대한 포괄적 재활치료와 의료서비스 제공은 물론, 학교와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장애아동과 가족에게 통합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뇌성마비, 발달 지연, 중도 장애 등으로 재활치료가 필요한 0세부터 18세의 장애 소아와 청소년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만 6세 미만은 제한 없이 어린이재활의료기관 시범 수가가 적용되며, 만 6세~18세는 진단명, 수술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세부적용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아재활의학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재활치료가 필요한 소아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개인맞춤형 진료를 위한 어린이재활 세부분과를 운영해 장애별 맞춤 치료 계획을 수립한 후, 문제에 따른 집중적 진료를 시행합니다. 장애아동의 상황에 맞게 24시간 집중 재활치료를 위한 돌봄,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낮병동을 운영하며, 지속적인 재활을 위해 외래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소아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따른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질환별·발달영역별 전문적인 재활치료 외에도 보조기 통합지원서비스, 장애청소년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한 병원-학교-가정-지역 연계사업 등 장애아동과 가족을 위한 다양한 공공 재활사업과 가족지원사업을 제공합니다.
• 2023년 전국 최초로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
• 어린이재활병원 2개소와 어린이재활센터 8개소가 전국에 신규 건립 또는 예정
(현재 3개소 운영 중)
• 이와 별도로 2021년 기존의 우수한 소아재활병원 3곳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지정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분포>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분포] 수도권 2개소, 강원 2개소, 충북 1개소, 충남 1개소, 전북 1개소, 전남 2개소, 경북 2개소, 경남 1개소, 제주 1개소
| 종별 | 지역 | 기관명 | 비고 | |
|---|---|---|---|---|
| 건립 | 병원 | 충남권 | 충남대병원 | 운영 중 |
| 경남권 | 창원경상대병원 | |||
| 센터 | 강원권 | 강원도재활병원 | 운영 중 | |
| 원주의료원 | ||||
| 충북권 | 청주의료원 | 운영 중 | ||
| 경북권 | 계명대 동산병원 | |||
| 안동의료원 | ||||
| 전북권 | 전주예수병원 | |||
| 전남권 | 호남권역재활병원 | |||
| 목포중앙병원 | ||||
| 지정 | 병원 | 수도권 | 서울재활병원 | 운영 중 |
|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 ||||
| 센터 | 제주권 | 제주권역재활병원 | ||
* 병원: 입원(30병상 이상) 중심 진료, 낮병동(20병상 이상) 포함
센터: 낮병동(20병상 이상) 및 외래 중심 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