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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건강

암보다 무서운 낙상과 골절

어르신들이 흔히 하는 말씀 중에 ‘화장실에서 넘어지지만 않으면 오래 산다’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집 안이나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통증뿐만 아니라 타박상, 골절, 이로 인한 혈전이나 와상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노인에게는 사망원인 1위인 암보다 낙상과 골절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이은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절과 뼈, 근육 등이 약해지고 힘이 떨어지며, 신체 균형을 잡는 능력도 떨어지고, 시력과 청력이 현저히 감퇴해 외부 자극에 둔감해진다. 이로 인해 젊은이에 비해 쉽게 넘어지게 되는데, 이후 사고에 대처하는 민첩성이나 순발력도 떨어져 심각한 부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골밀도가 줄어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벼운 낙상에도 대퇴부골절이나 척추 압박골절, 전완부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노인 일상생활 위축해
새로운 건강문제 야기

노인들은 골절상을 입어도 젊은이들처럼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표현하지 못하고 “못 걷겠다, 기운이 없다”고 하거나 심지어 원래 거동을 잘 못하던 분들은 “열이 난다, 정신이 혼미하다” 등 엉뚱한 증상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골절인지 모르고 한참 지나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노인이 낙상해 골절상을 입으면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감소, 간병비와 의료비용 증가 등 경제적인 부담도 커진다. 회복된다 해도 또다시 넘어질까 봐 두려움이 커져서 일상생활이 위축되고, 외출이나 운동을 꺼려 집안에만 있게 되어 또 다른 건강문제를 유발한다. 정신적으로는 불안이나 우울증이 나타나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골절 환자들은 고령이거나 원래 건강이 안좋은 환자인 경우가 많아 ‘과연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수술 결정 후에도 수술 후 예기치 못한 출혈, 감염, 마취 관련 문제에서부터 섬망 등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급성기 치료가 끝나고 고비를 넘기게 되어도, 가족들은 퇴원 이후 환자를 어떻게 돌보고 재활할 것인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많은 경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재활치료를 받거나 가정간호 도움을 받게 된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회복에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며 그동안 가족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정신적·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낙상으로 대퇴골 근위부가 골절되면 대부분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회복까지 약 6~12개월이 소요된다. 또 회복하더라도 골절 환자의 약 3분의 1만이 예전과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나머지는 누워만 있게 되어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위축 등 전신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골절 발병 후 첫 수개월 내 사망률이 30∼55%에 달하며 이러한 골절을 겪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2년이라고 보고된다.

집 안 환경개선과
꾸준한 운동으로 낙상 예방

낙상의 원인은 크게 내인적 요인과 외인적 요인으로 나뉜다. 먼저 내인적 요인은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개개인의 신체적 변화, 즉 균형감각 저하, 신체 기능 저하, 근력 저하, 골관절염이나 신경계 이상 등 만성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또한 노인들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 약이나 신경안정제, 흔히 사용하는 감기약 등 다양한 약물의 부작용이 어지럼증과 낙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약물 복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수면 부족, 식사를 거르거나 혈압이나 혈당 관리를 못 해도 쉽게 낙상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평소 균형감각을 높이고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걷기, 근력운동, 균형유지운동 등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낙상의 외인적 요인에는 겨울철 빙판과 같은 외부에서의 사고도 있지만, 대다수 낙상 사고는 집 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집 안에 낙상을 유발하는 요인이 있으면 미리 없애야 한다. 발에 걸리기 쉬운 전기 플러그나 문턱과 같은 장애물을 없애고, 미끄러운 바닥을 개선한다. 집 안 조명은 너무 어둡지 않게 항상 적당한 밝기로 유지해야 하며, 화장실이나 벽에 붙잡을 수 있는 보조대를 설치하는 등 실내환경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암보다 무서운 골절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암에 대해서는 누구든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치료받지 않은 고관절 골절의 생존율은 1년이 채 안 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낙상은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어떤 관점에서는 암보다 더 무섭고 치명적인 질병이 골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노인 골절은 많은 경우 수술이 필요해 고령 환자에게 부담이 되며 장기간 재활, 삶의 질의 현격한 저하,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또 골절은 수술, 치료 등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에서의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이 아닌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되며, 사회적·경제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유발한다. 하지만 낙상은 주변 환경개선과 꾸준한 신체활동으로 건강을 증진하면 많은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우리가 암에 대해 갖는 관심만큼 낙상과 골절 예방에 관심을 가진다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노년기 삶의 질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은주 교수 사진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며, 만성질환, 식욕부진, 근감소증, 노쇠, 인지기능저하, 노인증후군, 다약제 사용, 약물조화 클리닉, 시니어 통합내과 등을 전문분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