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저체중 출생아도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37주 미만 이른둥이 비율은 2023년 9.9%로, 10년 전과 비교해 1.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2.5㎏ 미만 저체중 출생아도 1.4배 늘었다. 저체중 출생아의 건강한 성장 관리가 필요한 때다. 다태아임신도 증가 추세다. 국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비중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평균 5%대로 증가했다. 1%대에 그친 1990년대와 비교하면 30년 새 5배나 급증한 수치다.
글 황일태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우리나라 신생아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70년 4.53명에서 급격하게 감소해 1983년에는 대체 수준(현 세대의 부부가 그들 자신을 대체하기 위하여 가져야 할 자녀수, 2.1명) 아래인 2.06명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로 접어들며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 2010년 1.23명, 2023년 0.72명로 계속 낮아져 2024년에는 0.68명을 기록했다. 반면 저체중 출생아는 증가 추세다. 원인으로는 불임 치료의 발전으로 인한 다태아 증가, 고령 출산증가, 산모의 흡연·음주 및 만성질환 문제 등이 보고되고 있다.
저체중 출생아는 출생 체중 또는 신장이 재태 연령의 평균보다 표준편차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저체중 출생아의 80~85% 정도는 만 2세까지 따라잡기 성장이 이루어지지만, 15~20%에서는 만 2세가 지나도 따라잡기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고있다. 따라잡기 성장이 되지 않으면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저신장과 저체중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특히 저신장이 될 확률이 5~7배 증가한다. 또 출생 후 첫 6개월 사이에 근육량보다 지방량, 특히 내장지방이 증가하면서 급격히 체중이 늘면 성인이 되어서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출생 후 키의 따라잡기 성장이 안 된 저체중 출생아는 성장호르몬 치료로 최종 신장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는 성장호르몬 용량, 치료 시작 시기와 연관이 있으며, 고용량으로 일찍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는 2001년 저체중 출생아의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했으며, 2003년에는 유럽 EMA(유럽 의약품 기구)에서도 승인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치료의 적응증을 인정했다. 이후 2014년 8월부터 4세 이후에 따라잡기 성장이 안 된 저체중 출생아의 성장호르몬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치료 시작 시기를 살펴보면 FDA에서는 2세, EMA에서는 4세, 일본에서는 3세 이상, 우리나라는 4세 이상에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저체중 출생 후 따라잡기 성장이 안 된 경우 4세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첫해에 5.36cm/년, 1년 후 10.66cm/년으로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보고되고 있어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2~3년 후 치료를 중단하면 성장저하(catchdown)가 나타나기 때문에 성장이 1년에 2cm 미만일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를 해야 한다.
대부분 저체중 출생아의 인지기능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만 미숙아에서는 발달지연, 인지능력저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등의 발생도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또 사춘기가 또래보다 일찍 오고 진행 속도가 빨라 최종 성인 신장이 작아질수도 있다. 또한 장기적인 합병증으로 인슐린 저항성, 내당능장애, 2형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심혈관질환과 같은 대사증후군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대사증후군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출생 후 급격한 체중증가가 있는 경우 대사증후군의 발생이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저체중 출생아는 출생 후부터 성인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래 아이들의 평균 신장을 따라잡고, 비만과 대사증후군 발생을 예방하려면 바른 성장을 위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서는 바른 성장을 위한 5가지 생활 수칙, <하·하·스마·일·건강 바른 성장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하 하루 8시간 이상 푹 자기
성장호르몬은 주로 깊은 수면에 빠져 있을 때 분비가 잘되기 때문에 아이들 수면 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하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운동은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줄넘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이 성장판 자극에 효과적이다.
스 마 스마트폰, 컴퓨터, TV 사용 줄이기
일 일조량은 충분히, 하루 30분 이상 햇볕 쬐기
매일 30분 이상 햇빛을 받으며 실컷 뛰어놀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건 강 건강한 식단, 세끼 꼭 먹기
잘 자라려면 잘 먹어야 한다. 특정 영양소에 집중하기보다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5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황일태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아내분비질환(저신장, 성조숙증, 소아비만, 소아당뇨, 갑상선 질환), 저체중 출생아를 전문분야로 진료한다. 현재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